공교육은 비효율적이야

효율을 따질 곳이 따로 있습니다.

by 박승연

<목차>

1. 공교육은 비효율적이야

2. 공교육이란?

3. 공교육이 효율적이지 않은 이유

4. 공교육이 효율적일 경우 생기는 일

5.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1. 공교육은 비효율적이야]

공교육의 비효율을 지적하는 말들이 많다. 맞는 말이라서 딱히 대꾸를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그 의도된 비효율을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콕 집어 말하는 점에서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물론 의도되지 않은 비효율은 개선의 대상이며,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비판을 하는 것이 맞다. 디지털교과서라던가... 고교학점제라던가... 좋아 보여서 가지고 왔는데, 터무니없거나 부작용이 있다면 고쳐서 다시 내놓거나 철회함이 옳다.


그렇다면 공교육에서 어떤 부분이 비효율적인지, 그리고 그 비효율은 개선의 대상인지 먼저 다뤄보도록 하자.



[2. 공교육이란?]

공교육의 비효율을 논하기 전에 공교육이 무엇인지 살펴봄이 옳다.


공교육은 국가에서 세금으로 운영하는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교육이다.


공교육은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부모의 학력, 소득, 지역, 지지하는 정당 그 어떤 것도 따지지 않는다. 모든 학령인구를 소집하여 학교라는 공간에서 단체 생활을 하며 사회를 살아가기 위한 기본적인 역량과 지식을 학습시키는 시스템을 공교육이라고 한다.


가장 눈여겨볼 것은 '경제적 측면'이다. 우리는 너무나 당연하게 모두가 동일한 공교육을 받는 것에 익숙해져 있지만, 경제적 수준에 따라서 다른 교육을 받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다. 그렇지 않은가?


경제적으로 풍족한 사람은 더 좋은 집에 살고, 더 좋은 차를 타며, 더 좋은 음식을 먹는다.

더 많은 금전적 비용을 지불하기에 더 좋다고 평가되는 서비스와 상품을 누린다. 교육이라고 특별히 다를 이유가 없다. 국가의 개입으로 형성된 공교육이 없었다면, 계층별로 다른 교육을 받았으리라 예상할 수 있다.


다만, 자본주의를 기반으로 돌아가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은 모든 측면에서 완벽하게 시장 경제의 논리를 채택하지는 않았다.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두기에는 한번 자리 잡힌 불균형이 해소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최소한의 인프라는 보장해 주어 국민의 교육 수준의 하방을 받쳐주기 위해 설계된 것이 공교육이다.


엘리트를 양성하고,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곳이 아니라 '보통'의 국민을 양성하기 위한 방안이 공교육이고, 해당 행위가 이루어지는 곳이 학교이다.




[3. 공교육이 효율적이지 않은 이유]


공교육은 효율적이지 않다. 기업인이 사업을 하듯이 경제적 효율을 따지게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한번 상상해 보도록 하자.


[예시]

자유시장경제의 논리에 따르면, 돈이 안 되는 일은 하지 않는 게 옳다.

-> 인구밀도가 적은 군지역에는 학교를 지으면 안 된다. 누가 봐도 B/C값이 안 나온다.


경제적으로 우수한 집단이 사회적 비용인 세금을 더 지불하므로 더 우수한 교육을 받음이 옳다.

-> 교사의 실력에 등급을 나누어 뛰어난 교사는 상대적 부촌에 배치한다. 높은 비용을 지불하는 집단이 높은 편익을 제공받아야 하는 것이 옳다.


학교에 지불하는 비용에 따라서 다른 환경에서 학생들이 지내야 한다.

-> 경제적 능력에 따라서 편의시설의 유무와 급식의 퀄리티가 달라진다. 건물도, 그리고 입고 있는 교복의 소재도 달라질 것이다.


당연한 일 아닌가?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이에게 더 가치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이 합리적이고 효율적이지 않은가? 돈을 더 내고 퍼스트 클래스에 탑승하는 사람을 보면서, 이코노미 클래스의 탑승객들이 사람을 차별하지 말라고 화를 낼 수는 없다. 자신이 원한다면 비용을 더 지불할 수 있는 선택권은 열려있기 때문이다.


위의 주장은 누군가에겐 궤변이고, 누군가에겐 그럴듯하게 들린다.

필자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위와 같은 관점으로 바라보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국가가 주도하는 사업은, 민간이 손을 대기에는 규모가 너무 크거나. 사업성이 떨어져 유지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세금이 투입되는 인프라의 구축이 대부분이다.


그중에서 학교는 사업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소비 그 자체의 영역이다. 돈이 한두 푼이 드는 것이 아니고, 해당 시스템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데에는 어마어마한 인력과 돈이 들어간다. 그렇다면 일부 사람들의 비판이 따르면 공교육을 폐지하고, 사교육에 일임해도 잘 굴러가는 게 교육인데, 왜 굳이 국가의 세금을 사용해 가면서 비효율적인 공교육의 운영을 하는 것인가?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국민이라면 최소한 이 정도 지성과 사회성은 갖추어야 하니까.
[균질한 시민성이 갖춰지지 않을 경우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이 더 드니까.]


'최소한 이 정도'라는 기준을 제시하고, 그 기준에 입각한 교육을 하는 것이 바로 공교육이다.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놓기에는 불균형이 심화되고 심화된 불균형이 계층의 분리를 가속화할 것이 뻔하므로 그것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배경에 무관하게 일반적으로 누릴 수 있는 국민 수준의 하방을 높이는 것이 공교육이다.


그렇기에 정확하게 어떤 계층의 입맛에 정확하게 맞을 리가 없어 비효율적이다.

우리나라 어떤 지역이라고 할지라도, 이루어져야 하므로 비효율적이다. 비효율은 구조상 어쩔 수 없는 영역이며 감내해야만 하는 특성이다.


공교육은 실로 국민 수준의 균질성에 어마어마한 역할을 하고 있다. 자산 상위 10퍼센트의 가정의 자녀와 하위 10퍼센트 자녀의 학교생활은 '학교 내부'에서만 바라봤을 때 큰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다.


똑같은 밥을 먹고, 똑같은 수업을 듣고, 똑같은 환경에서 공부를 한다. 심지어 중고등학교에서는 교복이라는 것이 있어 옷 또한 동일한 것을 입고 생활을 한다.


도지역 산골짜기 또는 섬지역 외 딴 학교에 배치되는 교사나, 대한민국 최고의 부촌에 배치되는 교사는 유의미한 수준의 능력 차이가 없다. 동일한 임용시험을 합격해서 발령이 난다. 지역별로 한 교육청에서만 응시할 수 있으므로, 선호하는 교육청이 있을지언정 지역별로 줄을 세워 선별을 하지 않으므로 교사의 실력이 유의미하게 구별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학교 공간도 거의 비슷하게 설계되고, 공교육의 소프트웨어인 교육과정은 사실상 학교단위의 조금의 자율성을 제외하고는 전국이 모두 동일하게 운영된다.


학생은 가정의 배경과 무관하게 너무나도 비슷한 환경에서 교육받는다. 이러한 시스템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불균형의 재생산을 방지하고, 소득 수준에 따라서 계층이 나뉘는 것을 억제하는 훌륭한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 공교육은 사회 불균형의 재생산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계량적 평등이 아닌 보편적 평등의 추구한다.





[4. 공교육이 효율적일 경우 생기는 일]


만약, 시장 경제가 교육을 알아서 하게끔 두었다면 계층별로 다른 교육과정으로 학습했을 것이 분명하다. 계층별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영역이 분명히 나뉘니까.


경제적 수준의 높낮이로 상위계층, 중위계층, 하위계층으로 구분하여 각 계층에서 공교육을 어떻게 느낄 수 있는지 생각해 보자.


먼저, 상위계층이다. 가장 불만이 많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세금을 다른 계층에 비해 훨씬 많이 내는데, 구별됨 없이 동일한 교육을 받는다는 측면에서 불만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요즘 국제학교나 사립초등학교에 관심이 부쩍 많은 듯하다. 해외의 보딩스쿨에 대한 수요가 국내에서도 퍼지고 있다. 단순히 학업적 측면을 넘어서 질 좋은 교육을 받게 하고픈 욕구가 분명히 있다.


다음으로, 중위 계층이다. 계층 상승의 목적으로 입시 제도를 이용해야 하는 이들이 많다. 학교교육은 계층 상승을 도와주는 커리큘럼과는 거리가 멀다. 입시를 위해서 사교육의 이용이 강제되니 공교육이 불만스럽다.


마지막으로, 하위 계층이다. 공교육의 주된 타깃이기도 하지만, 불만 또한 없는 것은 아니다.

빨리 졸업시켜서 일을 배워 가계에 기여해야 하는데, 쓸데없이 헛바람 넣는다는 비판

교육 수준이 중간에 맞추어져 있어 따라가기 힘들다는 비판.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들이 실용적이지 못하고, 돈도 안되는데 뭐 하러 배우냐는 비판.


"학교에서 왜 실용적이지 않은 것들만 가르치냐, 인생을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들을 가르쳐라."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참 할 말이 많다.


먼저, 저렇게 지적하는 내용을 리스트로 조목조목 따져보면 이미 교육과정에 녹아있거나 충분히 가르쳤던 것들이 대부분이다. 사람의 기억력은 그렇게 정확하지 않다. 시험에 안 나오는 것들도 완벽하게 숙지해 내는 천재적인 기억력의 소유자들은 그리 많지 않다.


다음으로, 지금 이 시기에 배우지 않으면 평생 공부하지 않을 것들을 공교육에서 주로 다룬다. 생각보다 공교육에서 제공하는 지식들은 수준이 높다. 입시라는 큰 산에 가로막혀 변질된 부분이 많아서 그렇지. 칸트의 철학과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강점기의 저항문학, 법치국가의 삼권분립, 고대국가의 역사, 골프의 규칙, 고딕양식의 건축물, 베토벤의 교향곡을 배운다.


저런 것들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가?


공교육이 아니었으면 따로 저런 내용들을 인생을 살면서 한 번이라도 들여다봤을 것 같은가?

음... 인류의 보물인 고전은 구석에서 먼지만 쌓이고, 종이에 먹인 기름은 손때를 만날 일이 없다.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무 도서관에 가서 '고전'으로 불리우는 책들을 찾아봐라. 아주 반딱반딱하다.


"과거에는 귀족의 자제들이나 다루었던 것들을 우리는 공교육이라는 시스템을 통해서 모두에게 다룰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세금을 내고, 부동산 계약을 하고, 전기요금을 결제하며, 등기우편을 상황에 맞게 보내는 일은 어느 정도의 지성이 갖추어진 상태라면 누구나 다 알아서 할 수 있는 일이다. 낮설어서 그렇지 로그함수의 미적분보다 훨씬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쉽다. 공교육은 저런 실용적인 것들보다 어쩌면 필요 없어 보이는 것들을 다루는 게 바람직하다. 적어도 지금 우리의 교육과정의 방향은 이렇다.


결론적으로


개천에서 용 나는 게 가능했던

일자무식 부모님 슬하에서 자랐어도 노력 여하에 따라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재벌집 아들이나 가난한 집 자녀나 똑같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는


이 모든 것들을 공교육이 제공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비효율적이라고 욕을 한다. 근시안적으로는 그렇지, 멀리 보게 되면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하게 되므로 마냥 비효율적이라며 비판하기는 어렵다.


금연지원사업은 비효율적이니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실컷 비웃어 줘야 한다. 담배 피우는 놈 뭐가 예쁘다고 돈까지 써가며 금연을 장려해야 하냐는 주장에 대한 반박은 아래와 같다. 그렇게 해서 흡연율이 감소하면 결국 국민의 평균적인 건강은 좋아지고, 노년에 병원 신세를 지는 사람들이 줄어들게 되므로 결국 돈을 아끼게 된다고.




[5.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국가가 바보라서 돈을 쓰는 게 아니다. 쓸만하니까 쓰는 거지. 공교육도 그렇다. 당장 수십 년간 잘 운영되었기에 우리가 느끼는 사회적 균질함은 없었던 적이 없기에 그 소중함을 느낄 수 없다.


어디를 가도 말이 안 통하고, 대화가 불가능하겠다고 판단될 정도로 무식한 사람은 마주칠 일이 잘 없지 않은가. 문맹률이 의미 없는 수준인 우리나라는 사람들이 말하는 '보통'의 기준이 너무 높아서 문제다. 반면 이것은 공교육이 그만큼 잘 작동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원래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갈고닦는 일은 티가 잘 나지 않는다.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 티가 나서 문제지. 그래서 별 문제가 없이 운영을 잘하고 있음에도 "너네는 하는 게 뭐냐"나는 볼멘소리를 듣곤 한다.


가장 많이 드는 예시로는 공기가 있다.

공기는 항상 우리 곁에 있기에 소중한지 모른다. 한 번도 없어져 본 적이 없으니.


마찬가지로 사회복지, 의료인프라, 국방, 도로교통, 공교육, 치안시스템 같은 것들이 그렇다. 만족을 더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불만족을 제거하는 일들이 그렇다. 허즈버그의 2 요인이론이 이를 잘 설명한다.


[허즈버그의 2 요인이론(동기-위생이론)]

동기요인 : 만족을 증대시키는 요소
위생요인 : 불만족을 제거하는 요소

아주 쉽게 이야기하면,
없으면 안 되는 것(위생요인)
있으면 좋은 것(동기요인) 정도로 구별 지으면 좋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100명 중 70명이 동의할 수 있는 수준에서 예시를 들어보겠다.

<가전제품>
동기요인 : 스타일러, 식기세척기, 로봇청소기
위생요인 : 세탁기, 냉장고

동의가 되는가? 동기요인은 있으면 만족이 증대된다. 없다고 해서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물론 저 녀석들을 항상 사용해 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원래 전진은 있어도 후퇴는 없다.)
위생요인은 없으면 굉장히 곤란해진다.

필자가 해당 이론을 공부할 때는 딱 아래의 예시로 기억했다.

있으면 좋은 거는 '프린터'
없으면 큰일 나는 것은 '변기' 어떤가?

프린터가 없는 집은 상상이 되지만, 변기가 없는 집은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
물론 저런 구별은 사회적 변화에 따라서 기준이 달라지기도 한다.
TV와 엘리베이터는 과거에는 동기요인에 가까웠지만, 지금은 위생요인에 가깝다.


촘촘한 사회복지 시스템이 작동되어, 굶어 죽거나 얼어 죽는 이들이 없다고 해도,

졸음운전을 방지하는 선형의 도로를 잘 포장해 놓아도,

공공장소에서 잃어버린 물건이 내가 떨어트린 곳 그대로 있어도,


크게 만족스럽지 않다. 그 상태가 원래의 상태라고 우리는 생각하기 때문이다.


몸이 건강하고 아프지 않은 청년기에

"와 나는 몸이 너무 건강하고, 아무 문제가 없어 너무 행복해"라고 말하며 살지 않는다.


S자형 터널을 지나면서

"와 도로 선형이 S자로 설계되어 있어 졸음운전을 방지해 주네, 너무 감사한 일이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평소에 길을 걸으며

"와 외국 같으면 꿈도 못 꾸는 일인데, 새벽에 이렇게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니 우리나라의 치안은 최고야"라고 말하지 않는다.


한 번도 저것들이 주어지지 않은 삶을 살아본 적이 없으니까.


공교육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가?


공교육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면,

너무나 비효율적이라 폐지하고 사교육으로 완전 대체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

한번 찬찬히 생각해 보시라.


항상 주어져있던 것이라 소중하게 여기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아, 물론 의도되지 않은 비효율은 개선됨이 옳다.

의도된 비효율에 대해서는 그 효과의 지연성을 생각하며 깊은 아량으로 넘어가주었으면 한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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