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사랑한다는 말이

그렇게 어렵냐?

by 박승연
"네"


사랑한다는 말이 그렇게 어려웠습니다.

내 마음속에서 진정으로 '사랑'이 어떤 것인지 정의되지 않은 채

사랑을 말하는 것은 실로 말하기 어려운 불편함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사랑이라는 말을 아꼈습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상대는 "사랑해"라는 말을 듣고 싶었을 텐데


나는 거기다 대고


"좋아해"


라는 덜떨어진 말을 한 적도 있습니다. 선명히 기억나는 과거의 분명한 실책 중 하나죠.

인생에 대한 오답노트가 있다면, 한 페이지 크게 장식하고 있을 테지요.


저 말을 들었을 때, 상대의 기분이 얼마나 황당했을지는 상상이 잘 안 갑니다.

욕을 한 바가지를 하고 싶었는데 참았던 걸까요?

'특이한 사람이네' 하고 넘어갔을까요?


분명한 것은 이상한 고집을 제가 부렸다는 겁니다.



비유를 해보자면,


자전거의 구동 방식을 확실하게 모르니 자전거를 타지 않겠다.


수준의 행동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이제와 생각해 보면 아래와 같은 충격적인 추측도 해봅니다.


나는 진정한 사랑을 느낄 때에만 '사랑'을 말하겠어.
이것이 사랑한다는 말의 가치를 더 높여줄 테니 이렇게 하는 게 맞아.


중이병이 대학생 때 왔나 봅니다.

아주 지 혼자만 잘 나가지고, 멋대로 판단하고 멋대로 생각하고

상대방은 생각도 안 해주고 말이죠.


사랑한다는 말은 나 좋으라고 하는 말이 아니고,

상대가 좋으라고 하는 말입니다.


이걸 깨닫는 데, 시간이 꽤 오래 걸렸습니다.


사랑한다는 말 하는 게 어렵지 않으니

아끼지 말고 팍팍해야겠습니다.


아직도 시도 때도 없이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감이 있습니다.

뭐, 모를 일이죠. 아직 그러고 싶은 사람을 못 만난 것일 수도 있고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