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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종류

선택의 유무에 따라

by 박승연

사람들은 공존할 수 없는 두 가지 특성을 가진 대상을 좋아라 하는데요.

비용적으로는 효율이 떨어지지만, 영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복스럽게 잘 먹는데 날씬한 사람과, 지적이지만 운동도 잘하는 사람이 종종 있긴 하잖아요.

그런 사람을 선호하는 것은 나쁜 것은 아니죠.


저는 저런 인간의 원초적인 욕심이 드러나는 순간을 재미있어합니다. 잘 관리된 욕심은 내 취향에 대한 지표가 되니까요.


오늘 떠들어 볼 내용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주거와 선택 가능성에 따라 구분한 공간입니다.



[반포한강공원에서 바라본 남산]

[용산역 인근 : 용산은 도심이지만 녹지가 많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어느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을 선호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멀리 떨어져 고립되어 있는 것은 원하지 않죠. 적당한 거리를 원합니다.

그 적당한 거리라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겠지요.


"나는 멀수록 좋아, 가까울수록 좋아"라고 말하는 사람은 잘 없겠죠.

아무래도 어떤 의견이던 두리뭉실하게 말할수록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연계의 현상들은 대개 정규분포를 따르니까요.


사람들이 선망하는 주거지역들을 쭉 나열해 놓고, 각각의 공통점을 나열해 봅니다.


1. 교통이 좋다.

2. 상권과 주거가 분리되어 있다

3. 자연환경이 잘 갖춰져 있다.


이렇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가장 선망하는 주거는 경제적인 문제에서 해방된 사람들의 취향이기에 좀 다를 수도 있긴 하겠지만,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해당 주거의 형태를 싫어하지는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너무 부자는 뺍시다. 큰 단독주택 그런거 있잖아요.]


먼저, 교통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의외로 대중교통은 엄청나게 좋은 편은 아닙니다.

대중교통이 막 나쁘지는 않지만, 다중환승역 근처에 있는 경우는 드물죠.

그래서 해당 지역에 가보면 조용하고 한산한 느낌이 납니다.

사회적 거리가 충분한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대중교통보다는 차량 교통이 좋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강변이 선호되는 이유는 비단, 멋진 한강뷰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죠.

도심지에서 도시순환도로로 나오는 트래픽을 넘길 수 있다는 장점은 상당합니다.


다음으로, 상권과 주거의 분리에서 살펴보면

기본적으로 주변에 발달한 상권이 존재하긴 하지만, 누가 봐도 확실하게끔

주거지역과 상업지역이 구별되어 있습니다.


아무래도 상업지역에는 유동인구가 많고, 조용한 환경과는 거리가 멀죠.

하지만 상업지구가 너무 멀어버린다면 생활인프라가 떨어지기 때문에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자연환경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물론 서울시의 유명한 부촌인 강남구 전체가 다 녹지가 잘 갖춰져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서울시 전체로 보았을 때 손꼽히는 '일부'지역들은 대부분 녹지 및 한강을 끼고 있습니다.


한강의 고수부지야 말로 녹지의 최고봉이라고 볼 수 있죠.

한강공원을 앞마당으로 사용하는 인프라는 뭐 설명이 더 필요 없는 장점 중 하나입니다.


정리해 보면

번화한 상권과 살짝 떨어져 있으며 자연환경이 뛰어나고, 약간은 도심 속의 섬 같은 지역이 주로 인기 있는 지역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참 어려운 일이죠. 다 좋으려면 비싸야 합니다.

내가 살지도 못할 동네를 쳐다보고, 그곳에 돌아다니면서 환경을 느껴보는 일은 배만 아프지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을 수 있습니다.


연예인들은 다 잘생기고 예쁘지만, 그래도 사람들마다 다 취향이 다르잖아요.


그리고 나만의 박보검, 나만의 아이유를 찾아가시지 않습니까? ㅎㅎ


사람들이 선호하는 지역을을 돌아보다 보면

가 어떤 특징을 더 좋아하는지, 자신의 취향을 분명히 알 수 있게 된다는 점이죠.


많은 지역을 돌아다니는 결과 본인이 선호하는 주거환경의 스타일이 그려집니다.

이 취향을 바탕으로 내가 살아가야 할 터전을 정하고 꾸며나가야겠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 존 뮤익]


주거 공간 말고도 문화공간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내가 발 딛고 살아가는 이 도시에는


크고, 아름답고, 쾌적한 거대한 민간자본이나 국가기관의 일부로서 존재하는

사용하지 않으면 손해가 막심한 공간들이 있습니다.


굳이 내가 찾아가지 않으면 평생 누릴 수 없는 인프라이자

내가 찾아간다면 그 어떤 문화생활보다 근접성이 높고 저렴? 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죠.


저는 개인적으로 큰 공간을 두 가지로 분류합니다.


1. 강제되는 공간
2. 선택하는 공간



이 각각의 예시와 특징에 대해서 알아보죠.


먼저, 강제되는 공간입니다.

강제되는 공간은 그 공간을 사용하는 개인이 공간에 대한 선호나 기호는 거의 고려하지 않은 채 선택권이 없이 사용하게 되는 공간입니다. 대표적으로 학교, 군부대, 교도소가 있죠.


지금 말하고자 하는 것은 저 공간들이 같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중학교 교사인 제가 학교랑 교도소를 같다고 말할 리가 없죠. 분명히 역할이 다릅니다.

하지만, 그 다른 역할 속에서도 비슷한 점을 찾아볼 수는 있죠.


가장 쉬운 학교와 군부대를 비교해 볼까요?

군필자분들은 알겠지만, 군부대의 건물은 학교와 굉장히 비슷합니다.

연병장은 운동장이고, 행정반은 교무실이고, 대대장실은 교장실이고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대응을 시켜 나가다 보면 일대일 대응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강제되는 공간은 심미적 아름다움보다는 효율을 극도로 추구합니다.

바닥 쪽에 짙은 페인트가 발라져 있는 이유도 오염을 눈에 띄게 하지 않게 하기 위함이고

바닥의 타일 또한 매우 저렴하고 내구도가 높죠.

화장실도 매우 비슷합니다. 한번 찬찬히 생각해 보세요. 군부대의 건물과 학교 건물은 빼닮아 있습니다.


다음으로, 선택하는 공간입니다.

선택하는 공간들의 공통점은 '심미적'가치를 추구하기에 효율성과는 담을 쌓은 듯 보입니다.

넓고 쾌적 하고, "어이구 이렇게 넓은 공간을 텅텅 비워놨네"라는 말이 절로 나오죠.


냉/난방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천장이 투명한 유리로 되어 있거나,

드넓은 잔디밭, 높은 층고는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특징입니다.


애석하게도 강제되는 공간은 원하지 않아도 누구나 다 이용할 수 있지만,

선택하는 공간은 굳이 찾아가지 않는다면 평생 이용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선택하는 공간에서의 시간이 즐겁습니다.



[뮤지엄 산-1]

[뮤지엄 산 -2]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선택하는 공간은


박물관, 미술관, 전시회관 등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모두 궤는 같이 합니다.

효율보다는 효과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죠.


넓고, 쾌적하고, 자연과 어우러지거나

깨끗하며 사람들 간의 사회적 거리가 충분히 유지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죠.


너무 유명한 전시가 있어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시즌이 아니라면

혼자 한번 가보면 좋습니다. 크고 넓은 공간을 혼자 점유하는 것 같은 이 기분은 많은 영감을 줍니다.


더군다나 날씨와 무관하게 쾌적하다는 것은

온도와 습도의 변화에 취약한 저 같은 더워 추워 인간에게는 안성맞춤인 공간이죠.

저는 그래서 별로 할 일이 없으면 저런 곳들을 돌아다니는 것을 즐깁니다.


보통 국가에서 운영하는 공간들이 넓고 쾌적한 경우가 많지만,

규모의 측면에서 살짝 양보를 한다면 선택의 폭이 넓어집니다.


기업에서 기업 브랜드 홍보를 위해서 운영하는 시설들이 있는데,

결국 자신의 브랜드 이미지를 향상하기 위해서 운영하는 공간이라 수익성이 없습니다.


그냥 그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최대한 좋은 경험과 인상을 남기는 것이 목적이기에

기본값이 쾌적합니다.


왜 이렇게 쾌적한 공간에 대한 갈망이 있냐고요?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는 공간이 그다지 쾌적하지 못해서 이러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속된 말로 서울 중심부에 있는 배산임수 기깔나는 마당 있는 집

영화 [기생충]의 배경이 되는 그런 단독주택이 있으면 저는 집돌이였을지도 모릅니다.

매일 잔디밭에 누워있고, 식물에 물 주고, 바비큐 파티를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렇게 쾌적한 공간을 기본적으로 누리지 못하는 저는 집에서는 잠만 자고 항상 어딘가를 싸돌아다닙니다.

제대로 된 집을 구할 예정이긴 한데, 그곳은 제 취향이 녹아난 아지트가 될 예정이라

제 취향을 찾기 위한 준비를 지금까지 해왔다고 봐도 좋겠네요.


결론적으로 우리들 서민들이 큰 자본이 운영하는 비수익성의 쾌적한 공간

즉, '선택하는 공간'을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하다는 것은 축복에 가깝습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이제는 알겠으니까요.


다음에 서울에 방문하면 서울시립사진미술관과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벌써 신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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