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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비 Oct 19. 2022

#6. 불행을 먹고 자란 야생화

새벽 5시, y는 아침운동을 나간다. 수영이나 달리기로 시작하는 y의 아침은 늘 분주하다. y는 아침운동을 마치고 출근을 한다.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는 y는 열정적이다. 한 번은 y가 어린이집 아이들 이불을 모두 가져와 빨래를 하는 모습을 봤다.

"어머니들한테 보내지. 이불빨래까지 하는 거예요?"

아이들 이불빨래까지 도맡아 하는 모습이 생경했다.

"예전부터 쭉 그렇게 해온 일이에요."

y는 마치 자기 아이들 이불빨래를 하는 것처럼 당연하게 여겼다. 저런 사람에게 내 아이를 맡기면 안심이 될 것 같다.


 y는 주말이면 어김없이 등산을 하거나 마라톤을 한다. 가끔은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고 꼭 완주를 해낸다. 참 대단한 사람이다. 체력도 체력이지만, 매일같이 운동하는 꾸준함이 놀랍다. 몇 번 y와 자전거 라이딩을 한 적이 있다. 업힐도 단숨에 올라가는 y의 모습이 부러웠다. 잘 살펴보면 악착같은 면이 있는 y다. 장거리 라이딩을 다녀와도 지친 기색 하나 없다. 과연 y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참 궁금하다.


"오늘 우리 집으로 저녁 먹으러 와요."

y는 우리 부부를 곧잘 초대한다. 매번 y가 차려주는 밥상을 바라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내가 좋아하는 나물 종류가 참 많다. 직접 텃밭에서 수확한 채소로 담은 파김치에 오이소박이도 맛있다. y의 일상을 살펴보면 잘 짜인 생활계획표 같다. 어린 시절, 방학이 되면 알차게 짜 놓던 생활계획표. 매번 나의 생활계획표는 어김없이 흐트러졌었다. 계획대로 알차게 하루를 보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참 안일하게 살았던 것 같다. 우리 집은 아주 부유한 집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가난하지도 않았다. 매달 아버지의 월급날이면 통닭을 먹었고, 첫째 딸이라는 이유로 새 옷을 자주 사주셨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나의 어린 시절은 크게 부족한 것이 없었다.


y와 함께 어우러져 지내면서 y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y는 또래 아이들과 달리 중학교에 입학하지 못했다고 한다. y는 아버지를 따라 부산에 있는 공장에 취직을 했다.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이었다. y의 의사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내가 중학교를 다닐 무렵 y는 어른들 틈에 끼어 일터로 나갔다. 어린 시절 당연시 여기던 나의 일상이 순간 너무 감사했다.  y는 공부에 대한 갈증과 열정으로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검정고시로 합격했다. 그 후 일본으로 어학연수를 갔고, 일본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함께 연수를 간 친구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한다. y는 일본어를 더 빨리 배우기 위해 일본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일을 했던 것이다. 낯선 곳에서 일본어를 배우기 위해 일본인들에게 수없이 질문을 던졌다. 식당을 방문한 손님이 y의 열정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y는 일본인과 대화를 할 정도의 수준에 이르렀다. 집념과 근성이 이루어낸 결과였다.


어려운 가정형편이 y를 이런 사람으로 만든 게 아닐까? 무언가 목표를 정하면 끈질기게 매달리는 근성 있는 사람으로. 악조건 속에서 최선의 방법을 찾아내는 지혜로운 사람으로. 남들보다 몇 배로 노력하는 사람으로.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서 좌절하고 무너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y에게 그런 환경은 오히려 디딤돌이 되었던 것이다. 보통의 가정에서 자란 사람들이 1을 가지고 있다면 y는 그 1을 가지기 위해 끊임없이 발버둥을 쳤을 것이다. 그런 y는 지금 2,3,4...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불우한 가정환경은 분명한 불행이다. 하지만, 그 불행을 행운으로 만드는 이런 사람도 있다. 그래서 오히려 그런 불행에서 우리는 또 배워 나간다. 온실 속에서 자라난 화초보다 야생화가 더 아름답지 않을까? 모진 풍파를 딛고 피어난 야생화. 야생화에게 모진 풍파는 잘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다. 자신이 어떤 악조건 속에 처해있든 그것을 헤쳐 나와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한송이 아름다운 야생화로 피어날 것이다. y는 한송이 아름다운 야생화다. 추운 겨울을 뚫고 나온 y의 봄날에 찬란한 햇살이 가득하기를 바란다. 불행 앞에 좌절하는 사람이 있다면, 다시 일어나라! 불행을 삼키고 소화하자! 한 송이 야생화로 피어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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