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청비 Oct 20. 2022

# 8.무료 초대권 쟁탈전

내가 사는 지역에서 '가요무대'를 진행한다고 한다.

'초대권을 1인 2매씩 각 읍사무소 및 면사무소에서 배부합니다.'라는 홍보가 알려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초대권이 한정적일 거라는 생각에 초대권을 사수하기 위해 애썼다. tv에서 보던 가수들을 23명이나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나 또한 그랬다. 직장인이라 초대권을 배부하는 기관에 방문하기가 어려웠다.

각 마을 이장님들에게 초대권 일부를 배부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장님께 전화를 했다.

"아직 초대권을 배부받지 못했어요. 개인적으로 배부받아야 할 것 같아요."

이장님의 답변에 하는 수 없이 포기했다.

다음날 이장님께 전화가 왔다.

"퇴근하실 때 전화하면 마을회관 앞으로 초대권을 갖고 나갈게요."

친절한 이장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초대권을 받았다.



뒷집 사는 언니네는 남편이 면사무소에서 초대권을 받아왔다.

"언니, 가요무대 갈 거죠?"

언니네 부부와 우리 부부는 술도 한잔씩 하고 자전거 라이딩도 함께 하는 사이다. 그래서 함께 가면 좋을 것 같았다.

"초대권이 무용지물이 되었어. 면사무소에서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 준다고 멱살잡이가 일어났대."

"그래서 초대권 없이 선착순으로 입장하는 방식으로 변경되었대."

언니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초대권 매수가 한정적이다 보니 뒤늦게 초대권을 받으러 간 사람이 화가 난 것 같았다.

아무리 그래도 대화가 아닌 폭력으로 대응을 하다니......

너무 어이가 없었다.

말보다는 폭력이 앞서는 이런 불상사가 행사 진행방식을 바꾸었다.

무료로 초대권을 발부해서 지역 주민들에게 문화생활을 할 수 있게 하는 취지는 참 좋았다. 하지만, 초대권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선착순 배부라는 점을 명확하게 홍보하지 않아서 아쉬웠다.

그런 점이 명확하게 알려졌다면 형평성 운운하면서 폭력을 행사하는 불미스러운 일도 없었을 것이다.


결국 우리는 초대권을 버리고 행사에 가지 않았다.

말보다는 폭력으로 상황을 해결하려 하고, 또 그런 불미스러운 일이 행사 입장 방식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 납득되지 않았다. 애써 초대권을 받아온 사람들은 헛수고를 한 셈이다.


초대권이 유료였다면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소액의 금액이더라도 유료였다면......

무료로 문화생활을 즐기기에 아직 우리는 미숙한 부분이 있는 걸까?

어쩌면 우리는 더 많이 성숙하고 배워야 할지도 모른다.

소액의 금액이더라도 유료로 초대권을 배부하고, 수익금을 불우이웃 돕기에 사용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

이번 행사는 취지는 좋았지만, 불미스러운 결과를 가져왔다.

각종 문화생활에서 유료는 개인에게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체계적인 진행을 할 수 있다. 또한, 경우에 따라 수익금이 좋은 일에 쓰이기도 한다.


초대권을 받지 못해서 욱하는 마음에 화가 났다고 하자. 그렇다고 폭력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우리는 인간이다. 얼마든지 대화로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어엿한 인간이다. 대부분의 사회문제에서 대화는 많은 것을 해결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한다. 갈등을 폭력으로 해결하려고 했던 이번 사태가 참 안타깝다. 우리는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는 인간이다. 감정과 이성의 조화 속에서 인간답게 살아가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