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 25일 새벽부터 극심한 두통이 시작되었다. 어지간한 통증은 잘 참고 견디는데, 머리가 터질 것처럼 아팠다. 비상약 통을 뒤져서 두통약을 먹고 출근을 했다.
'조금 지나면 괜찮아지겠지.'라는 생각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안색이 안 좋은데, 어디 아파?"
옆에 있던 명숙이 언니가 물었다.
"머리가 아파서 두통약을 먹었는데, 영 효과가 없네요."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얼른 병원에 가봐. 미련하게 참지 말고."
언니는 계속 나를 부추겼다.
내가 참을 수 있는 통증의 한계를 지나서야 부랴부랴 콜택시를 불렀다. 동네에서 가장 큰 종합병원으로 갔다. ct 검사 결과 의사는 신경성 두통이라고 했다.
'어? 크게 신경 쓸 일이 없는데?'
고개를 갸웃거리며 진료실을 나왔다.
집에 와서도 두통은 사라지질 않았다. 금방이라도 머리가 터질 것 같은 고통이 밀려왔다. 남편이 더 큰 병원으로 가보자고 했다. 신경외과 접수를 하고 mri를 찍었다.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큰일 날 뻔했네요. 뇌동맥류예요. 바로 입원해서 수술해야 합니다."
의사의 다급한 목소리에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뇌동맥류는 뇌출혈의 전 단계로 혈관이 터질 것처럼 부풀어 있는 상태를 말한다. 남편이 상기된 얼굴로 부랴부랴 입원 수속을 하고, 병실로 들어섰다.
병실에 들어서자마자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링거를 맞기 시작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어안이 벙벙했다. 다행히 뇌동맥류 위치가 나쁘지 않아, 개두술은 면했다. 코일색전술로 뇌동맥류 위치의 혈관을 터지지 않게 코일로 감아주는 수술이다. 전신 마치라는 얘기에 남편이 아들을 병원으로 데려왔다. 남편과 아들은 나보다 더 긴장한 것 같았다.
다음날 아침 수술실로 들어가는데, 심장이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이대로 잘못되면...'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고, 제일 걱정되는 건 고등학생인 아들이었다. 드디어 마취가 시작되고 순식간에 잠이 들었다. 그 뒤로 한참의 시간이 흘렀고, 그 시간들은 나에게 기억나지 않는 공백이었다. 허벅지의 뻐근한 통증을 느끼며 눈을 뜨자, 눈앞에 남편이 있었다.
"괜찮아? 많이 아프지?"
남편이 울상인 얼굴을 하고 물었다. 무사히 수술을 마쳤다는 안도감에 눈물이 났다.
그 후로 평생 혈전용해제인 아스피린을 복용해야 한다고 의사가 말했다. 이런저런 잔병치레는 많이 했지만, 나에게 이런 병이 찾아올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그동안 건강에 대해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 같았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걸 잃는다.'는 말을 절실하게 깨닫는 순간이었다. 이제부터라도 건강을 위해 시간을 투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매일매일 퇴근 후 걷기를 하고 주말에는 자전거를 타거나 등산을 간다. 운동을 시작하고 나니 무기력했던 몸에 활기가 넘치기 시작했다. 나에게 병이 찾아오지 않았다면 지금 어떤 생활을 하고 있을까? 병을 얻고 나서 건강을 챙기기 시작한 건 그나마 행운이 아닐까?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건강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기 위해 나에게 병을 주신 게 아닐는지... 또 한 번의 고난을 극복하고 더 단단해진 나는 오늘도 활력이 넘친다. 매 순간이 감사하고 소중하다. 건강을 잃기 전에 건강을 챙기는 것이 가장 현명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병마와 싸우고 있는 사람도 결코 늦진 않았다. 우리 몸은 생각보다 약하기도 하고 강하기도 하니까.
"우리 등산 갈래요?"
회사 동료들에게 매주 등산을 가자고 권유한다. 우거진 숲의 향기가 너무 좋다.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오가며 두런두런 대화도 나눈다. 건강! 사람과 사람 사이의 모든 관계도 내가 건강해야 지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