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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비 Oct 22. 2022

# 11. 우리는 여러 가지 색으로 물들어간다.

스스로를 까칠하다고 말하는 상사와 함께 일한 지도 어느덧 8년째다. 그동안 수많은 동료들이 입사를 하고 퇴사를 했다. 대부분의 동료들은 상사, k를 불편해한다. 누구든 입사 후 k의 성향을 금방 알아챈다.

그만큼 k는 쉽게 자기감정을 쉽게 드러내는 사람이다. 어느 땐 그런 면이 단점이 된다.


우리는 대부분 화를 잘 내지 않고 온유한 성격의 소유자를 좋아하고, 가까이한다. 그런 점에서 k는 사람을 가까이 불러들이는 성격으로는 점수가 낮다.

K는 회사에 제일 먼저 출근해서 제일 늦게 퇴근한다. 하루 업무 일정에 대해 고민하고 완벽하게 시뮬레이션을 그린다.

그리고 거의 점심식사를 하지 않는다. 우리가 점심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는 동안 k는 업무에 전념한다.

처음엔 그런 모습이 전혀 이해되지 않았고, 낯설었다.

낯설다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는 말이다.

k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제시간에 출퇴근하려고 노력하고, 제 때에 식사를 한다. 식사 후에는 삼삼오오 모여서 커피를 마신다. 점심시간이 직장인의 숨통을 트이게 하는 시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장님은 참 어려워요."

입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k의 면전에 했던 말이다. 그때 그는 의외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때 나는 완벽주의자 성향을 지닌 k를 정말 어려워했다. 업무에 대한 질문조차도 쉽게 하질 못했으니까.

"제가 좀 까칠하죠?"

지금은 이렇게 대놓고 스스로를 말한다.

8년 가까이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니 k의 그런 모습은 어쩔 수 없는 성향의 문제라는 것을 알았다. 해야 할 업무가 있으면 점심을 거르고서라도 꼭 해야만 하는. 업무에 대한 문제 해결책이 나올 때까지 고민하고 분석하고 연구하는. 그런 그의 모습이 처음엔 틀린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른 것뿐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우리는 '틀리다'와 '다르다'라는 단어를 혼동하면서 사용한다.

이제 두 단어의 명백한 차이를 알고, 적재적소에 사용한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우리와 다른 k.  

k의 장점을 찾아보기로 했다.

업무시간에 느슨해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업무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공부하고, 잘 해내려고 한다. 처음엔 완벽주의자 성향을 지닌 상사 k 때문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업무에 대해서 다각도로 연구하고, 분석하는 k. 그의 태도를 점점 닮아가고 있었다. 그 부분을 점점 존중하게 되었다.

어쩌면 k는 자의적으로 일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어떤 일이든 타의적인 것과 자의적인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공부를 예로 들어보자. 부모나 선생님의 강요에 의해 타의적으로 공부를 하는 것은 재미가 없다. 재미가 없으니 금방 실증을 느끼게 되고, 좋은 결과에 도달하기까지 많은 심적 고통을 동반한다.

하지만, 자의적으로 공부를 한다는 것은 꽤 재미있는 일이다. 그만큼 능률도 빨리 오르고, 좋은 결과에 도달하기까지 꾸준한 자아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까칠한 완벽주의자 성향의 k.

그가 불편하다는 건 나와 결이 다르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틀린 것은 아니다.

사람마다 각자의 성향이 있고, 성향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성향과 맞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그 다름 속에서 배울 점을 찾아보자. 그것이 내가 현명하게 살아가는 자세다. 세상에는 선하기만 한 사람도 악하기만 한 사람도 없다. 검정이나 흰색, 단 하나의 색을 지닌 사람도 없다. 우리는 삶이라는 세계를 거스르면서 여러 가지 색에 물들어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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