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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비 Oct 22. 2022

# 13.때로 이해란 에너지를 갉아먹는다

"딸~~ 속옷은 입고 돌아다녀야 하는 거 아니야?"

"다 큰 여자애가 옷차림이 그게 뭐니?"

외출했다 돌아오는 지후에게 아빠가 말했다.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속옷 안 입고 다니는 애가 어딨어?"

지후는 헐렁한 반팔티를 만지작거리며 '앗차!' 싶었다.


"분명 속옷 입고 나갔단 말이야!"

외출 전 가슴에 부착브래지어를 착용했는데, 도대체 어찌 된 영문인지 어리둥절했다.


  "야! 서지후! 너 정말!"

지후 언니 지율이 한심하다는 듯 버럭 소리를 질렀다.


"어이구~~ 집안 망신이다. 다 큰 여자애가 속옷도 안 입고 동네를 돌아다니고...... 쯧쯧"

아빠는 혀를 차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율아, 두부 한 모만 사다 줄래?"

주방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율은 머리를 곱게 빗고 단정한 옷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집 밖을 나설 때 절대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는 지율.

그런 지율에게 지후는 절대 이해할 수도 용납할 수도 없는 모습으로 비쳤다.


"어? 이거 혹시......"

마트 앞 길바닥에 부착형 브래지어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틀림없이 서지후 흔적이겠지.'

지율은 좌우를 살피고 슬그머니 주워보려고 했다.

무더운 여름 날씨 탓에 브라의 접착력이 좋아져 바닥에 껌딱지처럼 달라붙었다.

발로 비비고 애를 써봐도 좀처럼 떨어지지가 않았다.


마트를 오가는 사람들 눈치를 보느라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휴~~~"

결국 지율은 포기하고 집으로 향했다.


"야! 서지후!"

"**마트 앞 길바닥에 네 브래지어 떨어져 있더라. 쩍 달라붙어서 떨어지지도 않아!"

지율은 핸드폰으로 찍은 인증숏을 내밀었다.


"그러면 그렇지. 분명히 속옷 입고 나갔는데. 하하하!"

지후는 크게 소리 내어 웃었다.


"야! 너 이게 웃을 일이야? 넌 진짜 남. 또야! 남. 또!"

"남다른 미친놈! 서지후!"

지율은 애먼 두부를 식탁 위에 내팽개치며 소리를 질렀다.

지율과 지후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자주 투닥거린다. 그런 과정에서 둘은 스트레스를 받고 지친다.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나 같은 환경에서 자란 자매도 성향이 다르다. 하물며 같은 조건이 하나 없는 타인들의 성향이 다른 것은 당연한 이치다.

우리는 서로의 성향을 이해하려고 애쓰기보다 존중해줘야 한다.

지구에 77억 명의 사람이 존재한다면 그 성향 또한 77 억 가지일 것이다.  

내가 만나고 스치는 사람들의 결을 이해하려면 많은 에너지가 소모될 것이다.

하나하나 결을 다 헤아리기엔 버겁지 않은가?

그렇게 살아가기엔 인생이 너무 짧지 않은가?


때로 이해란 에너지를 갉아먹는 벌레가 된다.

이해보다는 존중하는 자세로 타인을 바라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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