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청비 Oct 22. 2022

# 12. 공감은 경험에서 시작된다.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연락도 없고!"

민서 아빠는 거실을 왔다 갔다 하며 벽시계를 수없이 쳐다봤다.

울그락 불그락 화를 억누르고 있는 모습이 얼굴에 고스란히 비쳤다.

 [적당히 놀고 들어와라. 아빠 거실에 계신다.  ]

민서 엄마는 남편 눈치를 보며 몰래 카톡을 보냈다.



그 시간.

카톡도 씹고 친구들과 한창 흥에 겨운 민서.

 "애들아~~ 우리 2차 가자! "

벌써 소주 두 병을 마신 민서는 친구들을 부추긴다.


민서가 술을 마신 건지 술이 민서를 마신 건지.

알싸하게 취기가 오른 민서에게 내일은 없다.

그냥 이 순간 친구들과 함께여서 좋고, 적당히 물오른 분위기가 좋다.


민서 엄마는 까맣게 속이 타들어간다.

딸의 귀가가 늦어질수록, 남편의 노여움이 더해갈수록.


자정이 넘어 시간은 새벽으로 달려간다.

시곗바늘에 가속도가 붙은 것처럼.


민서 아빠는 헛기침을 하며 안방으로 들어갔다.

적막이 흐르는 가운데 시계 초침 소리가 엄마의 가를 어지럽힌다.


[오민서! 지금 몇 신줄 알아? 미친 거 아니야?]

민서 엄마는 다시 한번 톡을 보낸다.

답장은커녕 확인조차 안 할 거라는 걸 잘 알면서도.


"띠띠 띠 띠"

현관문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요란스럽다.


현관에 팔짱을 끼고 서 있는 민서 엄마.

 "으휴~~ 술 냄새~~"

"노는 것도 적당히 놀아야지! 지금 시간이 몇 신줄 알아?"

엄마는 눈살을 찌푸리며 민서의 등짝을 때렸다.


"일단, 방에 들어가서 조용히 자고 내일 보자."

엄마는 행여 아빠에게 들킬까 봐 민서를 방으로 밀어 넣었다.


다음날.

떡진 머리를 쥐어짜며 방에서 나오는 민서.

"으~~  머리 아파~~"

"머릿속에 딱따구리가 사는 것 같아."

민서가 냉수를 들이키며 말했다.


 "다 큰 여자애가 술에 절어서 새벽까지 뭐하고 싸돌아다니는 거야?"

 "도대체 술을 얼마나 마신 거야?"

"네 친구들도 다 너처럼 술  마시니?"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민서 아빠가 소리를 지르듯 말했다.


"에이~~ 아침부터 왜 그러세요? 아빠가 뭐든 1등 하랬잖아. 내 친구들 중에서 내가 술 제일 잘 마셔~~1등이야. 1등!"

민서는 아빠 곁으로 다가가 팔짱을 끼고 말했다.


"어이구~~ 말이나 못 하면~~ "

"어휴~~ 술 냄새!  저리 가!"

아빠는 딸의 애교에 더 이상 화를 내지 못했다.


"우리 집에 1등이 두 명이나 있네. 아빠는 동네에서. 딸은 밖에서.  술 마시기 1등~~"

민서 엄마는  애주가 부녀를 번갈아 바라보며 을 흘겼다.

# 민서 아빠는 애주가다. 늦은 귀가가 걱정되는 딸이지만, 술 좋아하는 딸의 마음을 이해한다.

민서엄마는 전혀 술을 마시지 않는다. 습관처럼 술 마시는 부녀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경험은 우리의 사고큰 영향을 미친다. 주가는 애주가를 이해하고 공감한다. 술을 못 마시는 사람은 애주가를 이해할 수가 없다. '공감'이라는 것은 자신의 경험과 입장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누군가와 공감이 되지 않을 때, 나의 경험이 미흡함을 떠올려보자.  더 많이 경험하고 넓게 생각하는 사람이 공감능력도 높다고 생각한다.

물론 모든 사람과 공감할 수는 없다. 사람에겐 경험과 생각에 한계가 있으니까.

'공감'한다는 것은 타인을 좀 더 이해하면서 살 수 있다는  뜻이다. 고로 공감은 나와 상대방이 즐거운 것이다.

우리 모두 공감하면서 즐겁게 잘 살아보자!


*예시를 주변인의 경험으로 들었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쓰기 위해 애주가에 대한 이야기를 썼습니다. 이해 부탁드립니다.^^


이전 11화 # 11. 우리는 여러 가지 색으로 물들어간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