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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원 Oct 12. 2023

테니스의 기쁨과 아름다움

나는 테니스를 좋아한다. 주말 오후에 약속이 없으면 테니스를 친다. 테니스는 한 주간 일이나 공부, 글쓰기로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고, 또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할 힘과 활력을 준다. 나는 또한 테니스를 치면서 연습의 중요성, 힘의 절제와 기회의 활용, 실수와 실패의 의미 등을 생각하며 나를 성찰한다. 이러한 점에서 테니스는 나의 취미일 뿐만 아니라, 삶의 활력을 불어넣는 충전소요 배움의 장이다.


2022년 8월 13일 토요일,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14일 일요일 오후 4시 50분에 코트에 갔지만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로 게임을 하지 못한 채 기다리다 비가 그친 뒤에 동료와 잠깐 공을 치고 집에 돌아왔다. 8월 15일 광복절 아침이 밝았다. 아침 7시에 일어나 평소 습관처럼 정수기에서 물을 마신 후에 카카오톡을 보았다. 미국 라디오방송인 VOA Learning English 채널에서 녹음한 미국 제26대 대통령 루스벨트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어제 테니스를 친 후 귀갓길에 슈퍼에서 산 복숭아와 평창에서 지인이 보내 준 옥수수를 먹었다. 


창문 밖을 보니 마치 비가 올 것처럼 구름이 빠르게 지나갔다. 순간 “오늘도 테니스를 칠 수 없는 거 아냐”라는 생각이 스쳤다. 스마트폰을 찾아 “하이 빅스비”를 부른 후에 오늘 날씨를 확인했다(빅스비(Bixby)는 삼성전자가 개발한 음성 인식 인공지능 서비스). 빅스비는 “행신동에 오전 9시부터 비가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나는 비가 오기 전에 테니스를 치고 싶었다.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아내에게 말한 후에 테니스 코트로 갔다. 테니스 장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코트를 세 바퀴 돌고 연습 공을 꺼내 포핸드 스트로크와 서브를 연습했다. 조금 뒤에 한 사람이 왔다. 나는 그와 함께 포핸드 스트로크와 발리 등을 재미있게 연습했다. 조금 뒤에 두 사람이 더 왔고, 우리는 두 명씩 나누어 2시간 동안 연습을 한 후에 11시쯤에 게임을 시작했다. 마치 서해나 동해에 태풍이 지나가는 것처럼 이따금씩 강한 바람이 코트를 휘감고 지나갔다. 그때마다 우리는 게임을 중단하고 바람이 잔잔해지기를 기다렸다. 


예보와 달리 비는 오지 않았지만, 바람이 강하게 불어 정상적으로 게임을 진행할 수 없었다. 여섯 번째인가 일곱 번째 게임을 진행하고 있었다. 상대팀 선수가 네트 앞에 서 있던 내 쪽으로 빠르게 공을 쳤다. 나는 빠르게 날라 온 공에 엉겁결에 발리로 대응했으나 공은 라켓을 스친 후에 안경을 살짝 스쳐지나 옆으로 떨어졌다. 안경은 충격으로 눈을 압박했다. 눈 주위에 약간의 아픔이 느껴졌다. 나는 비틀어진 안경을 손으로 잡았다. 오른쪽 안경알에 공이 스쳐 지나가며 남긴 자국이 보였다. 경기하던 동료들은 하나 같이 “괜찮나”라고 물었다. 나는 “괜찮다”라고 말한 후에 라커에 들어와 거울을 통해 눈을 보았다. 눈은 조금 빨개져 충혈돼 있었으나 다행히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나는 눈을 확인한 후에 안경도 자세히 보았다. 공이 안경을 스치며 남긴 흔적 외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바로 그때 나는 아침에 고양시 화정도서관 <수필자서전 쓰기반> 카카오톡 방에 쓴 댓글들, 즉 “제가 종종 잊는 ‘수없이 많은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나게 하네요”와 “'남은 열매를 키우는 힘이 되는 열매의 빈자리’와 같은 아름다움!!”을 생각했다. 앞 문장은 학우가 올린 에릭 핸슨(Eric Hanson)의 시 『아닌 것(Not)』중 “당신은 수없이 많은 아름다움으로 만들어졌다 / 그러나 당신은 잊는 것 같다/ 당신이 정의된다고 결정할 때 / 당신이 아닌 모든 것들에 의해”라는 시구*에 대한 나의 짧은 감상이었다. 뒤 문장은 <수필자서전 쓰기반> 강사인 이남희 작가님께서 올린 길상호 시인의 시 『열매 떨어진 자리』 중** “떨어진 열매의 자리, 그 빈자리가/ 남은 열매를 키우는 힘이라고”라는 시구**에서 발견한 “수없이 많은 아름다움”에 대한 하나의 예시였다. 

* 출처 : Eric Hanson, The Poetic Underground, 2014. 일부분. 

** 출처 : 길상호, 『모르는 척』, 천년의 시작, 2016. 일부분. 


갑작스럽게 날아온 공에 의식할 겨를도 없이 안경이 맞았으나, 아주아주 살짝 안경을 스쳐 지나가는 바람에 눈에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은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얼마나 큰 아름다움인가! 그 아찔한 순간, 나는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삶의 기쁨과 아름다움을 느꼈다.


나는 오늘도 주말을 기다린다. 오늘 목요일 날씨가 화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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