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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원 Oct 20. 2023

(길에서 배우다) 행신역 가는 길

2021년 10월 28일, 나는 충북 오성에서 열린 인성교육 관련 회의를 마치고 오후 5시경에 케이티엑스(KTX)를 타고 상경하고 있었다. 나는 문산으로 가는 경의선 전철을 타기 위해 용산역에 내렸다. 전철 승강장은 내가 내린 승강장이 아닌 다른 승강장에서 출발했다. 나는 역사(驛舍)로 올라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전철 승강장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절반 정도 내려왔을 때, 나는 승강장 오른편에 문을 연채 대기하고 있는 전철을 보았다. 앞쪽 전광판에는 ‘이번열차 문산행’라는 문구가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나는 그 전철이 문산행일 거라고 짐작하곤 행선지를 확인하지 않은 채 잽싸게 전철을 탔다. 조금 뒤 전철은 출발했다. 10월이라 창밖은 어두컴컴했다. 나는 그 전철이 문산행이기를 바라며 승무원의 안내방송을 기다렸다. 한강이 나왔고, 여의도 63 빌딩이 보였다. 승무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번 역은 노량진입니다. 9호선으로 갈아타실 분은 이번 역에서 내리시길 바랍니다.” 집에 빨리 가고 싶은 마음에 서두르다가 반대 방향의 전철을 탔던 것이다. 


나는 노량진역에서 내려 1호선 전철을 타고 용산역으로 되돌아왔다. 역사로 올라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경의선 전철 승강장으로 내려갔다. 곧이어 문산행 급행 전철이 왔고 나는 전철을 타고 행신역으로 왔다. 집에 빨리 가고 싶은 마음에 서두려다가 전철 목적지와 방향을 확인하지 않고 타는 바람에 예정시간보다 20분 이상 늦게 행신역에 도착했다. 마침 그 전철이 급행이라 시간을 조금 절약할 수 있었다. (몇 주가 지난 뒤에 나는 어떻게 내가 그런 실수를 했는지가 궁금해 용산역에 들러 전철 시간표를 확인했다. 흥미롭게도 오후 6시 5분에 경의선 문산행과 1호선 인천행이 동시에 용산역에서 출발하였다). 전광판은 정확하게 안내했지만, 내가 급한 마음에 서둘다가 잘못 판단한 것이었다. 


이 에피소드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개인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부딪히는 여러 가지 어려움과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시사점을 준다. 

무엇보다 이 에피소드는 방향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우리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문제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알고 정의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그 문제를 해결할 올바른 전략과 방향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전략과 방향이 올바르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목적지로부터 더 멀리 가고, 오히려 되돌아오는 과정에서 시간을 낭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로버트 크로슬리는 <젊은 지성인과의 대화>에서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사람이란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가에 대하여 명확한 이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뿐이다.”(Robert Crossley, <젊은 지성인과의 대화>, 오성종 역, 생명의 말씀사, 1978, p.16)라고 말한다. 

둘째, 이 에피소드는 우리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그 해결정도와 성과를 점검하고 평가하여 더 보완하고 개선해야 할 방안을 찾아 그 해결의 과정에 반영하는 중간점검과 환류(feedback)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이 에피소드 역시 나의 성급함을 되돌아보고, 삶의 문제들을 다루는 방법을 배우고 삶의 지혜를 발견하게 한 '길 위의 학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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