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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이글 Sep 21. 2022

연구원에서의 회식

회식은 점심 회식이 기본 아닌가요

지난 10년 동안 연구원에서 재직하면서 부서 회식은 거의 전부 점심 회식이었다. 저녁 회식은 특별한 행사가 있는 경우(예를 들어, 연구원 개원 10주년 기념식 등)가 아니면  회식 시간은 따로 말을 안 해도 늘 점심 회식이다.


요즘은 사기업에서도 점심 회식을 많이 하고 그걸 오히려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하지만 10년 전에는 점심 회식이 자리잡기 시작하고 있던 때였던 것 같다. 왜냐하면 연말에는 연구원 조직 전체 저녁 회식을 하곤 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업무 시간 이후는 개인의 시간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확대되었고, 특히 코로나19 이후로 회식이 급감하면서 저녁 회식은 여러 조직에 있어서 찾아보기 힘든 게 되지 않았나 싶다. 자발적으로 하는 회식 말고, 회사의 공식 행사로 진행되는 저녁 회식은 드물어지고 있는 것 같다.


부서 내의 중간관리자로서 나는 부서 회식 장소를 정하고 공지하는 '과 서무'가 할법한 업무도 맡아서 한다. 회식을 하는 데 있어서 부서원들인 석사급 연구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도 하지만 우선 나는 어떤 식당을 가면 좋을지 사전조사를 해서 여러 선택지를 만들어서 그중 어디를 가면 좋을지 일종의 여론조사를 하기도 한다. 또 새로운 식당을 발굴하기 위해 사전답사를 해서 식당의 규모, 메뉴, 가격 등을 알아보기도 한다.


점심 회식 장소는, 1) 사무실 근처 도보 거리에 있어야 하며, 2) 여러 인원을 수용할 장소가 있어야 하고, 3) 예약이 가능해야 하며, 4) 취향을 타지 않는 메뉴로 다양한 입맛을 두루 만족시킬만한 음식이 나오는 식당으로, 5) 예산은 최대 인당 3만 원 미만이어야 한다. (아무래도 행정상 예산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점심 회식을 위해서는 우리 사무실 근거리 내에는 '아재 입맛' 식당만 수두룩하기 때문에 1)번의 근거리의 범위를 좀 넓혔다. 그랬더니 선택지가 많아지게 되었다. 조금만 걸어가면 대형 몰(mall) 컴플렉스가 조성된 장소들이 있어서 그곳으로 가면 식당이 많다. 다만, 다들 업무가 바빠서 점심시간에 온전한 휴식을 취하기 위해 바로 옆 건물에 있는 백반집에서 후다닥 밥을 먹고 자리에 와서 쉬는 사람들도 꽤 있는 편이다.


이번 회식 장소를 정하면서 나는 부서원들에게 회식 장소는 약간 거리가 있어서 걸어가는데 시간이 조금 걸린다는 점에 대해 양해를 구했다. 그렇지만 그간 가보지 못한 새로운 식당이고 그간 점심 회식에서 맛보지 못한 메뉴를 경험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게다가 본인의 취향에 맞게 알아서 먹을 수 있는 런치 뷔페라는 점도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요인 중 하나였다.  예산 내외에 있는 가격이라는 점도 부서장의 승인을 받아내기에 좋은 조건이었다.


이번 회식에 대한 부서원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은 편인 것 같았다. 뷔페여서 양껏 먹을 수 있었고, 음식의 질도 좋은 편이었으며, 식당의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다. 디저트까지 3~4 접시까지 리필을 하면서 식사하는 부서원들을 보고 내심 흐뭇했다. 내 돈으로 사주는 것도 아니면서! (실은 사비로 연구원들에게 별도로 점심 식사 대접을 종종 하기도 한다.)


이번 회식을 계기로 앞으로 점심 회식 메뉴에 대한 연구원들의 기대가 높아져서 그간 먹어왔던 중식당 요리나 횟집 회정식으로는 기대가 충족되기 어려울까 약간 걱정이 된다. 다음번 점심 회식은 어디로 정해야 할지 조금은 부담으로 다가오는데 그때 되면 또 뭔가 아이디어가 떠오를 거라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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