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해도 전 직장에서 좋은 평판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
세상은 좁고 인연은 이어진다
5년 넘게 재직한 직장에서 이직해서 현 직장에 왔다. 전 직장에 나도 꽤 오래 다녔기에 '고인 물'이 되어가고 있었는데 과감히 떨치고 새로운 연구분야를 개척해보겠다고 용기 내서 이직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큰 용기를 필요로 했던 일인데 이전 직장 사람들이 너무 지긋지긋해서 안녕을 고하고 싶어서 과감하게 이직한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이직하면 이전 직장 사람들과 인연이 완벽히 끊어질 수 있을까? 내 대답은 "아니다"이다. 일단 5년 이상 다닌 직장이라면, 그 분야에 대한 정보 혹은 그 분야에 일하는 사람과의 네트워킹이 필요한 경우 현 직장에 계신 분들이 나를 소통창구 삼아 그쪽과 연락하고 싶어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전 직장이 지긋지긋했더라도 - 특히 사람들이 지긋지긋했더라도 - 몇 명의 긴밀한 지인들은 만들어 두고 이직하는 것을 추천한다.
며칠 전에 다른 부서에서 업무 외의 개인적인 부탁이 들어왔다. 타 부서 실무자가 준비하는 문서를 작성하는 데 있어서 다른 기관의 문서를 참고하고 싶은데 구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에게, 바쁘겠지만 혹시 이전 직장에 연락해서 해당 문서를 구해줄 수 있겠냐고 개인적인 부탁을 했다. 이건 타 부서 업무이고 내가 연관된 업무가 아니기 때문에 꼭 들어줄 필요가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나에게 부탁을 한 실무자 분을 개인적으로 좋아하고 있고, 또 추후 현 직장 내에서 타 부서와의 다른 업무 협조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나는 이 부탁을 반드시 들어주기로 결심했다.
아무리 이상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직장이더라도 정상적인 사람은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 정상적인 사람 중에 나와 결이 비슷한 사람은 드물겠지만 없지는 않다. 나는 퇴사한 이후에도 마음에 맞는 소수의 분들께 명절이나 평소 때에 내가 먼저 연락을 취해 안부를 주고받고 있다.
그분들은 아직도 이전 직장에 근속하고 계시기 때문에 이전 직장에 대한 정보나 자료 협조가 필요할 때 부탁을 드릴 수 있다. 가끔은 따로 시간을 내서 이전 직장을 찾아가서 그분들과 식사 자리를 마련해서 함께 식사를 하기도 한다. 이렇게 계속해서 인연을 유지하고 싶은 소수의 사람들과는 지속적으로 연락을 해서 좋은 관계를 만들어가고자 한다.
이번에 타 부서 사람이 나에게 개인적으로 부탁한 내용을 친하게 지내는 이전 직장 동료분께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협조해 주셨다. 이렇게 이전 직장 동료분께 도움을 받고 현 직장의 타 부서 실무자에게 내가 도움을 주니 무척 고마워했다. 이런 일들이 쌓이면 앞으로 내가 타 부서 실무자의 협조를 구할 일이 있을 때 업무가 더욱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지금 직장이 거지 같고 사람들이 모두 고약하다고 생각되더라도, 이직해서도 연락을 하고 지낼 사람 한 두 명은 꼭 만들어놓고 떠나라. 세상은 좁고 인연은 이어진다. 언제 내가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그리고 언제 내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