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에도 서열이 있다.
감정은 아래 방향으로 흐른다. 아무리 화가 나도 상대방이 자신에게 큰 실수를 했어도, 감정이 서열을 거슬러서 거꾸로 흐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리가 화가 난다고 부장에게 화를 쏟아낼 수 없다. 화를 내려면 자신의 순서를 기다려야한다. 팀장님이 먼저 감정을 표출하고, 그 다음에 팀원들은 순서대로 감정을 드러낼 차례가 온다. 고객님이 먼저 감정을 표출하고, 직원은 감정을 삼켜야 한다. 직급 호칭을 떼고 ‘매니저님’ ‘oo님’이라고 부르며 수평한 조직문화를 지향하는 요즘 세상에, 무슨 꼰대같은 소리인가? 그렇지만 한국인의 정서상 쉽게 거스를 수 없는 위계문화는 감정에도 존재한다.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음속에 미워하는 존재 하나쯤은 가슴에 품고 살아 간다. 누군가를 괴롭히는 것이 세상에 태어난 목표인 것 같은 진상 고객, 입에 칼을 물고 말할 때마다 가슴에 비수를 꽂는 상사, 얄밉고 재수없는 동료 등등…. 왜 우리는 이렇게까지 서로를 미워해야 할까? 자신의 권리를 침해당해도 억울하고 부당한 일이 생겨도 이 감정의 서열을 지키며 자신의 감정을 꾹꾹 눌러 담는 것이 사회생활이다. 화가 나도 화난다고 표현할 수 없다. 앞에 계신 분은 하늘 같은 고객님 이시기 때문에 내가 감히 내 감정을 드러낼 수 없다. 상대방에 대한 분노, 서운함, 억울함 등 여러 종류의 감정들은 내 가슴 속에서 고이고 썩어 미움이라는 하나의 감정으로 둔갑해 오랜 시간 지독한 냄새를 풍기며 썩어가게 된다.
오랜 시간 부패한 온갖 종류의 미움이라는 감정의 화살은 나 스스로를 공격하게 변모되기도 한다. 미워하는 사람이 많은 사람은 스스로를 미워하게 된다. 누군가를 미워하는데도 에너지가 필요하다. 미워하는 것도 노력이 필요하다. 상대방이 나에게 했던 그 짓을 잊지 말고 기억하며 애를 써야 한다. 더 억울한 점은 상대방은 나보다 감정서열이 높다는 이유로 나에게 자신의 감정을 마구 쏟아낸 다는 것이다. 감정의 갑을 관계로 인해, 나는 일방적으로 갑의 감정을 받아내야 하고 나의 감정은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 오래 기다려도 그 차례가 오지 않는 경우도 많다.
감정 갑질을 하는 그 사람을 나보다 높다고 여기지 말고, 나보다 불쌍하다고 여기자. 그 사람을 미워하느라 애쓰지 말고 그 사람을 가엽게 여겨보자. 입에 칼을 물고 상대방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사람, 누군가를 괴롭히는 것이 인생에 목표인 사람들은 스스로 늘 마음 속이 불행하다. 상대방에게 표출한 감정은 언젠가 나에게 다시 돌아온다. 화를 내다보니 더 화가 나는 경험이 있을 것이다. 화를 내지 않으면 그렇게까지 큰 일이 아니었는데 막상 화를 내다보니 생각보다 더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것이다.
누군가를 공격하고 괴롭히는 그 부정적인 감정은 나 자신에게 돌아온다. 우리는 방금 전에 화를 내고 나서 즐거운 기분이 들기 쉽지 않다. 매사에 부정적이고 매사에 상대방을 괴롭히며 부정적인 감정으로 꽉 찬 사람들은 본인의 일상에서도 매사에 부정적인 감정 습관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그런 사람들을 삶이 괴롭고 불쌍한 사람으로 여기자. 나까지 그런 사람들에게 동요되어 상대방을 미워하는데 에너지를 쓰지 말고, 나는 그저 멀리서 그 사람들을 바라보자. ‘쯧쯧 불쌍한 사람.. 매사에 화를 내니 삶이 얼마나 괴로울까?’ 라는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자. 나까지 그런 사람이 될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