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쯤 아이가 어렸을 때의 일이다. “여기서 부터 저기까지 엄마랑 뛰어보자.” 라는 말이 무섭게 초반부터 전력을 다 해 뛰어가는 아이는 얼마 가지 못 해 쿵 하고 넘어졌고 울음을 터뜨렸다. 시합을 제안한 것이 후회되고 아이에게 너무나 미안했다. 그러나 생각해보니 아이에게 이번 기회에 페이스 조절해서 달리는 것을 가르쳐줘도 괜찮겠다는 아이디어가 번뜩였다. “끝까지 뛰려면 처음부터 너무 힘을 빼면 안돼.” 라고 설명해 보았다. 물론 아이가 알아듣긴 어려웠겠지만 나는 알려주고 싶었다. 이것이 삶의 방식이라고, 달리기도 삶도 페이스 조절이 필요하다고 가르쳐주고 싶었다.
장거리 마라톤을 할 때와 100M 달리기를 할때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달린다. 장거리 마라톤에서 중요한 것은 페이스 조절이다. 마라톤을 100M 달리기처럼 할 수 있는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서 전속력으로 달리면 완주할 수 없게 된다. 적당히 체력과 호흡을 조절해서 끝까지 달릴 수 있도록 페이스 조절을 해야 한다. 우리의 삶은 100M 달리기가 아니라 장거리 마라톤이다.
무엇인가에 열정적으로 몰입해 할 수 있는 모든 에너지를 쥐어짜내 노력하는 사람들 중에 ‘번아웃’에 빠져서 무너지는 경우가 있다.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취업을 위해, 승진을 위해, 업무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재테크에 성공하기 위해, 완벽한 육아를 위해, 누군가를 최선을 다 해 돌보기 위해 등등.. 최선을 다 해야 하는 상황은 우리 인생에 많다. 열정을 다 해 본 사람들은 공감할 것이다. 일의 결과가 노력의 양에 항상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최선을 다 해도 결과가 나쁠 수 있다. 반대로 설렁설렁 힘빼고 했는데 의외로 결과가 좋은 경우도 있다. 열심히 한다고 결과가 보장되는 것이 아닌 것이 우리의 인생이고, 오히려 지쳐서 끝까지 완주하지 못 할 가능성만 높아진다.
사람의 에너지는 한정된 자원이다.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영혼까지 끌어모아서 쏟아내면 언젠가 고갈되고 지쳐서 나가떨어질 수 밖에 없다. 좋은 결과를 위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장기전인 삶에서 나를 지키는 것 또한 중요하다. 무엇을 하든 적당히 힘을 빼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70%만 노력하자. 120%로 최선을 다 해 내 영혼을 갈아 넣을 필요 없다. 120%의 노력으로 몇 번 하다 지쳐서 무너지는 것보다 70%로 잔잔하게 그러나 꾸준하게 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우리 삶의 물을 꼭 100도씨까지 팔팔 끓일 필요 없다. 70도의 미온수로 적당히 미지근하게 그러나 꾸준하게 끓이는 것이 우리 삶에 있어서 훨씬 현명한 자세이다. 무엇을 하든 열정을 지나치게 쏟지 말자. 그러다 지치면 다 소용없다. 그저 잔잔한 노력이면 충분하다. 한 두 번 최선을 다 해 열심히 한 사람보다, 백번 천번 적당히 열심히 한 사람이 훨씬 낫다. 단 한 번 5시간 동안 최선을 다 해 운동한 사람보다, 매일 10분씩 10년간 꾸준하게 운동하는 사람이 더 건강하다. 삶의 온도는 미지근하게 그러나 꾸준하게 지속적으로 끓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