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자기계발서 말고, 고양이나 보자

by 권서희

오늘은 자기계발서 말고, 고양이나 보자


시즌 3까지 흥행을 기록하고 있는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시즌2>에서는 두 주인공의 러시안룰렛 게임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러시안룰렛은 여러발을 쏠 수 있는 권총에 1개의 총알을 넣고 방아쇠를 당기는 것을 말한다. 철저히 운에 맡기는 게임이다. 인생에서 노력이 미치는 영향이 더 클까? 아니면 운의 영역이 더 크게 작용할까?


얼마 전 계획했던 일이 외부 요인으로 인해, 완전히 어그러진 일이 생겼다. 일생일대의 중대한 계획이었고 몇년전부터 준비했던 일이었으나 한 순간에 무너지게 되었다. 이 일을 준비하기 위해 나는 몇년 간 쉬는 날도 없이 끊임없이 공부하고 책을 보고 현장을 뛰어다녔다. 그동안 주말에도 이 일을 위해 내가 흘렸던 땀과 눈물은 어디에서 보상 받지? 억울하기도 하고 허무하기도 했다. 인생을 살다보면 노력과 결과가 정비례하지 않는 경우들을 종종 마주한다. 최선을 다 해 노력해도 실패할 수 있고, 대충 설렁설렁 했는데 의외로 좋은 결실을 맺는 경우도 있다. 내가 그동안 흘려왔던 땀은 소위 ‘갓생’을 쫓는 사람들의 자기계발 중 하나였다.


자기계발이란 미래의 결실을 위해 현재를 갈아넣는 일이다. 우리는 자기계발이 행복한 삶의 필수라며 칭송받는 문화에서 살아왔다. 기대했던 미래를 손에 넣는다면야 괜찮겠지만, 나의 경우처럼 인생이란 노력한다고 해서 결과를 보장받을 수 없다. 그러니, 너무 현재를 갈아 넣으며 열심히 먼 미래만을 쫓으며 살 필요는 없다.

TV N드라마 <미지의 세계> 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과거는 지갔고 미래는 멀었다.” 우리에게 고통을 주는 대부분의 마음의 짐은 과거와 미래에서 온다. 마음이 가벼워지려면, 행복해지려면 현재에 충실해야 한다. 과거에 내가 했던 행동에 대한 후회, 원치 않게 일어났던 과거의 일에 대한 속상한 마음은 여전히 현재에 남아 있다. 아직 오지 않은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걱정 또한 현재의 나에게 있다.



ai-generated-8620359_1280.png 이미지 : 픽사베이


정윤철 영화감독이 huffingtonpost에 게시한 글에서 “신피질에 사로잡히면 고양이보다 불행하게 된다.”고 이야기했다. 인간은 두뇌의 신피질 발달로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 개념이 생겼고 이로 인해, 역사를 이룩했지만 불행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정윤철 감독의 이야기에 따르면, 고양이들은 평생을 집에서 사는데 ‘언제까지 이 좁은 집에 갇혀 살게 될까? 츄르를 더 많이 얻기 위해 앞으로 어떤 노력들을 해야 할까?’ 따위의 생각을 하며 스스로 불행하게 만들지 않는다. 어쩐지 고양이는 아침에 준 캔을 저녁에 또 줘도 잘 먹는다. 고양이는 그저 그 순간에 충실하며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산다.


<죽음의 소용소> 의 저자이자 나치 수용소에 수감되었던 정신과 박사 빅터프랭클은 수용소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은 사람들은 현재에 집중했던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현재의 고통을 잊기 위해 과거의 기억을 지나치게 추억하는 사람들, 미래에 대한 지나치게 큰 기대와 희망으로 가득찼던 사람들보다 오히려 현재를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의 인간의 존엄성을 잃지 않는데 집중했던 사람들이 더 오래 생존했다.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 인간에게 얼마나 중요한 생존전략인지 알 수 있는 이야기이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갈아넣으며 자기계발에 쓰는 에너지를 현재로 조금만 가져와 보자. 오늘 하루라도 자기계발서를 보는 대신, 귀여운 고양이를 보는 선택을 해 보자는 것이다. 우리집 고양이도 좋고, 길고양이도 좋고, 유트브에 이름모를 귀여운 고양이의 랜선 집사가 되보는 것도 좋다. 꼭 고양이가 아니어도 나를 현재에 행복하게 머무르게 할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좋다.


그러나,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에 사는 것은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현재에 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바로 가까운 미래에 사는 것이다. 과거나 미래에 대한 생각을 멈추는 것이 어차피 어렵다면, 그 생각을 그냥 해야 한다. 단, 과거는 내가 어찌해도 바꿀수 없기에 적어도 과거에 대한 생각은 접어둬야 한다. 대신, 미래에 대한 생각을 허용해 준다. 먼 미래에 대한 생각은 막연한 불안감을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아주 가까운 미래의 생각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10년뒤에 내가 직장을 퇴직한 이후 노후에는 어떻게 살아야 하지? 이런 미래의 불안이 스멀스멀 떠오르려고 한다면, 오늘 저녁에 뭐먹지? 라는 가까운 미래의 생각으로 치환하는 것이다. 내가 썼던 방법중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지금 떠오르는 온갖 근심과 걱정 후회의 생각을 가까운 미래의 생각으로 전환해보자. 생각이 심각해지도록 그냥 내버려 두지 말자. 심각해지게 깊어지게 두지 말고, 빠르게 가까운 미래의 일로 스위치 하자. ‘오늘 뭐 먹지? 오늘 일 끝나고 뭐부터 하지? 이번 주말에 어디가지?’ 이런 생각으로 먼 미래 노후에 대한 걱정을 덮는 것이다. 걱정이나 후회를 안 하는 것이 어려운 사람들은 차라리 덜 심각한 생각, 현재에 조금은 가까운 3~4시간 뒤의 미래만 생각하는 것이 좋다. 현재에 집중하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이 따라주지 못 하는 사람들에게 이 방법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현재에 100% 살기 어렵다면, 가까운 미래에 살자. 먼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을 덮어두고 내일과 모레 할 일을 정리하는 것이다. 생각을 생각으로 덮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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