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하게 희생하면 죄책감이 자라난다

by 권서희

어린 시절, 나의 어머니는 나에게 생선가시를 발라주시곤 했다. 그리고 본인은 생선 가시에 붙은 얼마 남지 않은 생선만을 드시곤 했다. 자녀에게 좋은 것만을 주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이라는 것을 부모가 된 지금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이런 아낌없이 주는 존재에게 무한의 사랑을 받는 사람의 감정은 어떠할까?


사랑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그에 보답해야하는 부담감, 받은 것 만큼 보답하기 어려움에 대한 미안함, 죄책감이 가슴 한 켠에 차곡차곡 쌓여간다. 희생이라는 형태의 사랑은 숭고하고 아름답지만, 반복될때 그 빛을 잃게 된다. 내가 부모님의 생선까지 모조리 다 먹어버린 나쁜 사람이 된 것 같다. 자아를 삐뚫어지게 바라보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또, 살면서 실패하거나 넘어지면 부모님의 희생을 헛되이 만드는듯 하여, 삶의 작은 좌절에 대해서도 스스로 지나치게 공격하게 되기도 한다.


hands-1820675_1280.jpg 출처 : 픽사베이


삶이 힘들때마다 어머니는 “너 때문에 이렇게 참고 살아간다.”는 말을 자주 하셨다. 살다보면 나에게도 힘든 일이 있었는데 감히 부모님에게 힘들었다고 털어놓지 못 하는 아이로 성장하게 되었다. 나보다 더 힘든 부모님이 날 위해 참고 견디는데, 나는 힘들 수 없는 사람이어야만 했다.


사춘기 자녀가 고민을 털어놓고 힘든 일을 함께 나누기를 바라는 부모는 많다. 그러나, 어설프게 철이 들어버린 자녀들이 자신의 것을 아낌없이 내어주며 희생해온 부모님에게 마음놓고 자신의 아픔을 털어놓기란 쉽지 않다. ‘우리 부모님이 나를 어떻게 키워주셨는데, 내가 이러면 안되지..’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털어놓아야 할 마음이 때론 가장 털어놓기 힘든 벽이 되어버린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는 말을 요즘 세대 부모들은 인정하기 시작했다. 아이에게 희생하지 말고, 같이 행복해지자. 생선 한 조각을 더 많이 먹게 하는 것보다, 한 조각을 반으로 나눠먹더라도 가족에게 사랑을 나눠주고 스스로 좋은 사람이라고 느끼도록 하자. 누구나 살다보면 힘든 일이 생길 수 있고, 힘들 땐 가족에게 털어놔도 괜찮다. 우리는 살면서 앞으로 많은 실패를 하게 될 것이고, 내가 겪는 실수도 좌절도 가족에게 미안한 일이 아니다.


그리고 사랑은 채권채무 관계처럼, 꼭 받은 만큼 같은 양으로 돌려줘야 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의 빛을 가슴에 새기게 하지 말자. ‘항상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있어주겠다. 너를 항상 응원한다.’ 정도의 과하게 무겁지 않은 감정 정도로도 충분하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너무 무거운 감정을 꾹꾹 눌러 원치 않은 만큼 과하게 퍼붓는 것보다는 때로는 적당히 가볍게, 그러나 변함없이 꾸준하게 그 감정을 잔잔한 호수처럼 전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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