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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룰루라임 Jul 11. 2022

퇴사, 건투를 빈다.

백수로그 EP 04



Dublin, 2004


 회사 생활은 대략 15년을 했고, 상당 기간 이직을 고민했던  같다. 그동안 실제로  회사를 다녔으니 대략 5년마다  뜻을 이뤘다고   있겠고. 3 전부터는 퇴사를 고민했다. 여러 매체를 통해 '비교적 이른 시기에 퇴사  문제없이 살고 있는 분들' 자주 접했고,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면서부터.

 왜냐면  회사생활에  뜻이 없었다. 가끔 누군가 나에게 "일은  하세요?"라고 물으면, 보통 "자아실현"이라고 답했다.  이야기인가 싶겠지만, 추구하는 바가 일절 없어서 그랬다. 정말 아무 의미 없는 소리였던 .  당시  성과에 따른 수상, 빠른 승진, 남들보다 많은 성과급 같은 것들에 관심이 없었다. 그저 눈에 띄게  하는 사람만 되지 말자는 태도였다. 그래서 업무적으로는 정해진 기한 내에 평균 수준의 결과를 내면 '  일은 했구나'하며 안심했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가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는  불편했고, 하기 싫은 일을 매일 해야 하는 일종의 고통을 느꼈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서 모니터만 바라보는 개발자로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있기도 했다. 그래서  재정 상태를 매우 긍정적이고 희망적으로만 간략히 분석해  끝에, 그래도  년은 버틸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나와는 다르게 ' 사람은 회사 생활  하면  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드는 동료들도 있었다. 조직에서 인정받는 것을 중요시하던 친구는 '인정받지 못한다' 시그널이 보이면 미련 없이 사직서를 던지겠다고 했고, " 이상   먹겠다!"라고 매일 이야기 하지만, 누구보다 성실히 일하던 분도 있었다.  그런 자세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아니 오히려 내가 절대 이루지 못할 모습을 갖춘 그들이 대단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런 사람이 바로 나와  직장에 같은  함께 입사해서 꼬박 5년을 함께한 팀장님  팀원이다. 함께한 시간이 길기도 하고, 자잘한 다툼은 이미 디딤돌처럼 딛고 지나버렸기 때문에 아직까지 매우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팀장님은 경영진의 방향에 맞춰 '시장 확대, 성장' 최선을  했다. 그리고 다른 팀원과 나에게 대내외 적으로 선봉장 같은 역할을 기대했다. 하지만  그분처럼 열심히  자신은 없었다. 그러다 보니 내적 불만과 불평이 늘어났고,  좋은 관계도  싫어지는  아닌가 하는 걱정까지 하게 됐다. 좋은 사람들과 오랜 시간 만들어  관계를 내가 흩트려 버리는  아닌지 하는 마음도 함께.


그래서 퇴사 후의 생활에 대한 막연한 긍정 회로, 그리고 함께한 이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자 퇴사를 해버렸다. 그 후 내가 써온 글들과 같이 꿀단지 퍼먹는 곰돌이가 되어 매우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아직은 미래에 대한 걱정이 크지는 않다. 우선 생활비에 대한 부담을 가지지 않은 게 무엇보다 크다. 그리고 다이어트, 새로운 공부 등 회사 다니면서는 절대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것들을 행하는 생활패턴이 너무 소중하다. (물론 부지런한 분들은 회사 다니면서도 다 하겠지만, 난 못한다.)

 이 글을 보는 퇴사 고민자들이 있다면, 가끔은 긍정적으로도 생각해보길 권한다. '내가 노는 동안 남들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테니, 거기에 맞추려면 내가 참아야 한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인생의 모든 순간은 소중하다. 1, 2년 뭔가를 바짝 준비해서 매우 성공한 인생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만큼 쉬어간다고 크게 뒤떨어지지도 않는다. 모든 원인을 찾자면, 유년기로 돌아가야 한다. 어린 시절 부모님,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했으면 더 좋은 학교 가서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을 테니. 결국 다 의미 없는 소리다.

 그리고 현재 회사에서 너무 힘들다고 하면 아마 몇 년 후에도 같을 것이다. 나가서 고생하는 건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인데 반해, 고통은 현재 진행형이다. 따라서 내 고통을 남한테 뒤집어 씌우자는 것도 아니고, 거기서 내가 빠지겠다는 건 매우 이성적인 판단일 수 있다. 나와서 걱정은 나와서 하고, 퇴사하셔라.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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