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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룰루라임 Jul 27. 2022

백수가 과로사한다더니

백수로그 EP 07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운동을 나간다.

 앞서 밝힌 대로 크로스핏 스타일의 그룹 PT 프로그램이고, 매일 한 시간 동안 죽었다 살아나기를 반복하는 부활을 경험한다. 최초 3개월은 주 3일 패턴을 지켰고, 자신감이 좀 붙은 후에는 매일 운동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리고 매주 두 번에 나눠 배송되는 샐러드를 먹는다. 매일 최소 한 끼 이상은 샐러드와 같은 다이어트 식단을 먹는 중이고, 가끔 과식했을 땐 나머지 한 끼를 거르기도 한다. 그렇게 지금까지 5개월이 넘었는데, 벌써 10킬로 가까이 빠졌다. 근육량은 오르고 내림을 반복하지만, 체지방은 꾸준히 줄고 있으니 꽤 건강한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고 봐도 될 것 같다. 태국여행과 돌림병 감염을 극복하면서 말이다.


체중변화, 2022



 그리고 중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방송통신대 중어중문과에 편입학하여 한 학기 수업을 들었고, 4개의 성조를 시작으로 '나는 서점에 가서 책 한 권을 샀습니다.(我去书店买了一本书)'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의 중국어를 배웠다. 지난 6월엔 첫 번째 기말시험을 치렀고, 호언장담했던 수준은 아니지만 나름 만족할만한 성적표도 받았다(망할 기초한자...). 그리고 온라인으로만 수업을 듣다 보니 나의 발음을 검증받을 기회가 필요해 주민센터의 중국어 초급 수업을 신청했다. 그동안은 배우자 말고는 그 누구도 들어보지 못해서 "오빠 발음이 완전 중국사람 같아요."라는 다소 비이성적인 평가만 받았는데, 냉정하게 나의 중국어를 듣고 교정해주는 선생님을 만난 셈이다. 아직까지는 방송대 수업의 복습 수준이라 새로운 걸 배우는 단계는 아니지만, 계속해서 입으로 뱉어볼 수 있어서 매우 만족한다.


Xian, China, 2019


 거기다 포르투갈어도 배우고 있다.

 몇 해전 배우자와 스리랑카로 여행 갔을 때 현지 언어를 적당히 구사할 수 있는 게 여행을 얼마나 다채롭게 하는지를 새삼 느꼈다. 그래서 올해 여행을 앞두고 현지어인 포르투갈어를 배우고 있다. 출판사에서 동영상 강의를 제공하며 '독학이 가능합니다!'라고 광고하는 책을 구매했는데, 고작 1만 7천 원의 책 값으로는 독학이 불가능하다는 자본주의의 유리천장을 마주했다. 일종의 구매병 환자라면 작은 돈으로 안될 땐 좀 더 큰돈으로 가야 하지 않겠는가? 시원하게 시원스쿨 포르투갈어 왕초보탈출 강의를 결제했다. 쥴리 선생님이 준비한 기적의 학습법을 목도하며, 차근차근 기초를 다지고 있다. 9월 말 여행에서 간단한 회화 정도는 가능하도록 준비해볼 생각이다. Eu sou da Coreia do Sul.




 평일 오전 10시에는 그룹 PT 운동을 나간다. 그리고 화목요일에는 운동이 끝나면 잽싸게 샤워를 하며 쾌속으로 운동복을 세탁한다. 12시에 주민센터의 중국어 수업이 시작하기 때문이다.  시간 반의 수업이 끝나면 집에 돌아와서 샐러드와 두유를 복용한다. 거기에 시원스쿨의 포르투갈어 강의도 들어야 한다. 가끔은 중국어 한참 배우고 와서 포르투갈어를 머릿속에 때려 넣고 있자면,  하나 제대로 못하는 외국어 노마드의 삶에 빠진  아닌지 하는 걱정이 들더라도 말이다.

 오늘은 바로  화요일이다. 운동복이 땀에 절만큼 운동했고, 허옇게  얼굴로 중국어 수업을 들었다. 그리고 새로 주문한 샌드위치를 단숨에 해치웠다.  내놓으러 부동산  이미 다녀왔다. 이제 포르투갈어 수업을 들어야  테고, 저녁엔 분리수거를 해야 한다. 배우자가 쉬는 날이라 오징어 나라에서 회무침도 먹기로 했다. 아마도 맥주 3병에 소주 1병은 마시겠지. 그럼 내일 아침엔 우루사 섞어서 종합 비타민과 오메가3 먹어야겠다.

 오늘  직장 팀장님께 전화가 와서는 "집에서  일도 없을 텐데  심심해?"라고 하셨다. 내가 경험해보니 웬만큼 오지랖이 넓지 않고서는 백수가 과로사할 일은 없다. 하지만 '  없어서 심심하다.' 생각이 들만큼 한가하진 않다. 이제는 " 바빠요."라는  조금은 믿어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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