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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수 May 03. 2024

새로운 만남

2019.1.11 (두 번째 임신을 확인한 날)

덜 추웠던 날.

올해의 마지막 커피를 마셨다.

어젯밤 둘째 아이의 임신을 확인했고, 이제 다시 커피를 못 마시겠다 싶어 마지막으로 의식을 치렀다고나 할까.

어젯밤 임신을 확인하고 만감이 교차했다.


우선, 무척 설레고 기뻤다. 처음이 아닌데도 참 기쁘고 기대되었다.


그리고, 라온이에게 미안했다.

세 자매 속에서 자란 내가 사랑을 온전히 받지 못한 티가 나는 건지 은호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형제가 생겨도 첫째의 사랑을 나눠 갖게 되는 것이 아니라 둘째를 사랑하는 마음이 새로 생겨 우리 집에 사랑이 더 커지고 많아진다고 생각한 것은 머릿속 이성일뿐인가. 여전히 내 마음속엔 형제는 사랑을 나눠갖는 집단, 사랑뿐만 아니라 과자, 장난감, 학비까지 나눠갖게 되는 모든 자원이 부족한 집단이라고 고정되어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내 선입견, 고정관념, 상처들을 마주 할 때가 있는데 둘째가 생기니 또 알게 되는 것이 있다. 그래서 라온이에게 미안했다. 모두 라온이의 것이었는데, 독차지할 수 있었는데, 엄마와 아빠가 그것을 깨어 버렸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다시 겪게 될 2년간의 고된 육아가 덜컥 두렵다. 쏙 들어간 배는 다시 불뚝 나와 출산을 해도 좀처럼 들어가지 않을 것이고, 밤새 아이를 먹이느라 밤잠은 포기해야 할 것이고, 작디작은 여린 아이를 안고 마음 조릴날을 생각하니 마음이 두근두근 긴장됐다. 게다가 첫째와 이 모든 것을 함께해야 한다니 정신이 혼미해진다.


그러나, 난 그동안 참 잘해왔다. 스스로에게 상을 주고 싶을 정도로 라온이를 사랑스러운 아이로 키웠다. 매생이 전에 버섯, 채소가루, 고등어, 조기, 연어, 채끝, 닭다리를 좋아하고 국을 원샷하는 골고루 먹는 식성과 낯선 곳에서도 10분이면 펭귄댄스 노래에 맞춰 춤을 출 수 있는 적응력과 엄마가 1박 2일 여행을 가도 밝게 인사하는 안정적인 애착을 가진 아이로 잘 자라고 있다. 그래서 나는 라온이에게 둘째 아이와 잘 지내는 방법을 알려주고 자원이 나눠져 부족하지만 사랑은 비교할 수 없이 더 커진다는 것을 알려줄 수 있을 것이다.


1. 내가 라온이에게 미안한 감정이 드는 일은 둘째 아이에게도 미안한 일임을 잊지 말자.

2. 라온이의 예쁜 모습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자.3. 둘째 아이지만 첫아이처럼 세심히 보살피자.


몇 번이고 다짐을 한다.


엄마는 매일 강해져야 하지만 자꾸만 겁쟁이가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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