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에게 학생이 바라는 불변의 한 가지는 편애하지 않기이다. 그런데 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은 없지만 더 아픈 손가락이 있듯이 나도 우리 반 아이 모두를 챙기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지나고 나면 더 아픈 손가락이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작년 우리 반 S가 그랬다. 잦은 거짓말로 실망하게 하고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고 핑계와 변명을 하거나 역으로 지도하는 교사를 공격하는 대화법을 사용해 맥이 빠지게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게다가 s는 늘 지각을 했다. 16세에도 기초 생활습관 지키기 연습이 잘 안 되는 친구들이 종종 있는데 이런 경우 종종 잦은 지각이 결과로 따라온다. s는 지각을 할 때도 솔직하지 못했다. 등교시간이 되었는데도 s가 교실에 없다 싶어 핸드폰을 보면
“선생님 아파서 병원 다녀올게요”라는 메시지가 와있다.
처음 한두 번은 ‘아프겠지’하고 부모님과 통화해서 확인을 했다. 반복되는 지각에 신경이 쓰일 때쯤 아프다며 연락이 왔다. 이번엔 정말 사실관계를 파악해야겠다 싶었다. 혹시 s가 늦잠을 자고 내신점수 걱정에 아프다고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닌지 솔직한 대화를 시도했다.
“s야 오늘 정말 아파서 늦었어?”
“네”
“일주일에 2-3번 아프다고 하는데, 그때마다 잠이 덜 깬 목소리였어. 솔직하게 말해줘, 그래야 안 좋은 습관을 고칠 수 있어.”
“다시 물어볼게 오늘 정말 아파서 늦었어?”
“네”
“네가 연락이 온시간과 목소리는 그때 일어난 것으로 들렸어. 다시 물어볼게 오늘 정말 아파서 늦었어? “
이때부터는 나도 아이에게 승부수를 던졌다. s가 솔직하게 말하고 내게로 한 발짝 다가올 것인지 가면을 쓰고 한 발짝 더 멀리 갈 것인지에 오롯이 집중했다. 그래서 질문을 멈추지 않을 기세로 힘을 주어 질문을 반복했다. 전년도 인수인계 때 S의 거짓말은 능청스럽고 또래보다 지능적이다 했다. 그래도 S가 내게로 한 발짝 다가오길 진심으로 바라며 또 질문했다.
“솔직하게 말해야 변화가 있는 거야. 다시 물어볼게 늦잠 자고 아프다고 거짓말했어?”
“네..”
작은 목소리로 S가 내게 가면을 벗고 규칙 지키기가 어려운, 또래보다 덜 성장한 아이의 모습으로 다가와줬다.
휴우.. 순간 안도감이 들었다.
“이제 s는 더 성장할 거야. 솔직하게 말한 거 칭찬해. 앞으로는 등교시간 30분 전에 연락하지 않으면 질병지각 인정 안될 거야”
그간 s의 거짓말에 협조했던 부모님과 상담을 통해 더 이상 협조하지 않으시길 당부드리고 s와는 비로소 간 보기 끝, 민낯의 지도가 시작됐었다.
그 이후로도 교과 선생님에게의 무례한 행동과 지도 불응, 청소시간 도망, 대부분 학급행사에서의 비협조와 반장과의 격한 말싸움, 부적절한 언어 사용과 학급 물건 훼손 등등 졸업을 할 때까지 종종 담임을 힘들게 했다.
그때마다 나는 어르고 달래고 화내고 다른 여러 선생님들과 공조해 지도하기도 하며 일 년을 보냈다. 그래도 누군가 s에 대해 물어보면 나는 진심으로
“그 정도면 괜찮아”라고 대답했다.
늦둥이 막내로 자라 허용적으로 자라다 보니 기본생활습관을 못 배웠다고, 그리고 가끔 일관적이지 못한 부모님의 관심으로 힘들었는지 칭찬해주면 그렇게 애교 넘친다고 말해줬다. 게다가 청소 도망으로 s에게 화가 나서 “당장 학교로 와! “라고 소리치고 기다리고 있으면 젤리를 사들고 와서는 “선생님 드리려고 샀어요”라고 말해서 한풀 꺾이게 만드는 사회성도 있다고 말하곤 했다. 결국 S는 졸업식날 졸업앨범, 졸업장, 담임의 꽃선물을 그대로 두고 가서 그 꽃이 드라이플라워가 되어버린 날 다시 찾아왔지만 여전히 내겐 더 아픈 손가락이었다. 고등학생이 되어 의젓한 모습으로 나를 찾아와
“저 지금까지 지각 안 했어요 “라고 말하니
하루의 피로가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s가 돌아가고
작년에는 그렇게 내 메시지와 연락을 씹어먹어 버렸던 아이가 일 년이 지난 후 보내준 메시지를 보니 내 마음이 누구에게 가 있었는지 뚜렷이 알게 됐다. s가 잘 지내고 있는 게 내 마음을 쏟았던 것에 대한 보상인양 그날 하루는 정말 내가 좋은 선생님이
된 것처럼 마음이 따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