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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엄마는 두려웠어.

by 브리앙

선거를 통해 최고 권력을 쥐었지만,

그 자리에 더 오래 머무르고 싶었던 한 대통령이 있었어.

법을 바꾸고, 군대를 동원해 시민들과 맞서게 하고, 정치적 경쟁자를 납치하고 감옥에 가두기까지 했지.


누구냐고? 윤석열이냐고?

아니야, 우리나라 이야기는 아니야.

‘형제의 나라’ 튀르키예 이야기란다.

튀르키예? 낯설게 느껴질까?

예전에 터키라고 불렸던 바로 그 나라야.


그런데 왜 우리는 이 나라를 '형제의 나라’라고 하는지 궁금하겠지.

그건 바로, 우리나라가 6·25 전쟁 중일 때,

머나먼 나라에서 우리를 돕기 위해 기꺼이 군인들을 보내주었기 때문이야.

당시 튀르키예는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병력을 한국에 파병했단다.

수많은 병사들이 이 땅을 밟았고,

전쟁 중이었으니 그중 많은 이들이 부상을 입거나 목숨을 잃었지.

그래서 '우리는 피를 나눈 진짜 형제'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단다.

우리 곁에서 함께 싸워주었으니,

물리적 거리는 멀지만 마음은 언제나 가까운 나라이지

그게 바로 튀르키예야.


그런데 말이지…

참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함께 피를 흘리며 싸웠던 1950년 그때처럼,

2025년의 지금, 튀르키예의 정치 상황도 우리와 많이 닮아 있는 듯해.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어.

장갑차가 시내로 진입하고 시민들이 길을 막아섰을 때,

이건 옳지 않다고 판단하고 진격을 멈춘 군인이 있었단다.

국회의사당에 진입한 군인들도 이상함을 감지하고 적극적으로 명령에 따르지 않았지.

그 사이 우리나라의 국회의원들이 신속하게 계엄 해제를 의결할 수 있었고,

계엄이 해제되어 더 이상 버틸 명분이 없던 군인들은 원래 자신의 위치로 돌아가기 시작했으니까.


마스크로 얼굴을 가려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 자리에 있던 군인들은 대부분 겨우 20대 초반이었을 거야.

아들을 군대에 보낸 전국의 모든 부모님들의 마음은 철렁 내려앉았겠지.

귀하게 키운 내 새끼가 군대 가서 고생하는 건 정말 싫지만, 나라를 지키는 숭고한 일이니 다치지 말고 안전하게 지내기만을 바라고 있을 텐데...


'국회의원을 잡아와라!'

'문을 부숴서라도 국회로 들어가라!'

이런 명령은 그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일이야.

그건 나라를 지키는 일이 아니지!

민주주의를 부수는 일이지!

시민이 낸 세금으로 키워낸 군인이 시민을 향해 총부리를 들이민 순간, 그 나라는 더 이상 ‘국가’라 부를 수 없단다.


사실 엄마도 계엄 발표가 있던 밤 10시 30분쯤부터 계엄이 해제되었던 새벽 4시 30분까지 얼마나 가슴 졸이며 있었는지 몰라.

국회에서 계엄 해제 의결이 준비되는 동안, 군인 여러 명이 유리창을 깨고 국회 의사당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유튜브를 통해서 생생히 볼 수 있었거든. 온갖 집기들을 가져와서 문을 막고, 소화기를 뿌리며 군인들이 더 이상 못 오게 막는 보좌진들의 모습도 보았어.


혹시 군인들이 국회의원들을 다 잡아가면 어쩌지?

국회 의결을 방해하려는 시도가 성공한다면?

그럼 의결이 실패할 수도 있잖아.

혹시 우리 아이도 강제 징집 같은 게 되는 건가?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고 하지만, 그날 밤은 자꾸만 자꾸만 최악의 시나리오가 떠올랐단다.

그날 밤 대한민국의 모든 부모들은, 특히나 젊고 어린 아들을 둔 부모들은 더욱 떨린 밤이지 않았을까?


다행히 너도 알다시피 국회에서 12월 14일에 대통령의 탄핵이 의결되었고,

2025년 4월 14일에 헌법 재판소에서 인용이 되어,

2024년 12월 3일, 불법 계엄령을 포고한 윤석렬은 더 이상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니란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

튀르키예에서는 수십만 명의 시민이 거리로 나와 반정부 시위를 벌였단다.

현지 언론인 13명이 체포됐고,

경찰은 물대포와 최루탄을 쏘며 일주일 만에 약 1,900명의 시민을 체포했어.


이제 엄마는 튀르키예의 시민들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어.

그들도 우리처럼,

다시 한번 민주주의를 스스로 지켜낼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야.

우리의 민주주의가 그들의 민주주의로 가닿길 바라.


https://imnews.imbc.com/news/2025/world/article/6702665_3672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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