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 용돈 못 받아서 많이 속상했지?
엄마는 네가 하교 후 친구들과 군것질도 하고, 좋아하는 PC방도 즐기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10대의 자유와 즐거움을 누리며 네가 커가길 바라거든. 그러려면 어느 정도의 돈은 필요하니까 용돈을 주는 거야. 물론 부모가 반드시 아이에게 용돈을 줘야 한다는 법은 없단다.
중1 때는 주당 7,000원, 중2 때는 8,000원을 받았고, 올해 중3이 된 너는 주급 9,000원을 받고 있지. 한 달로 따지면 36,000원이야. 적은 금액인가 싶지만, 아빠가 매달 2만 원의 보너스를 따로 챙겨주시고, 명절마다 어른들께 받은 용돈 중 일부도 너에게 있으니 그렇게 부족해 보이진 않더라.
그런데 말이야, 이번 주 용돈을 주지 않은 이유를 네가 정확히 알았으면 해. 지난주에 너는 영어 숙제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선생님에게 경고까지 받았지. 그런데도 숙제를 다 하지 않았어. 중학생으로서 숙제라는 책임을 다하지 않았으니, 용돈이라는 권리를 주장할 수는 없는 거야. 자유와 책임은 늘 함께 움직이는 법이거든. 너는 자유롭게 선택하고 행동할 수 있지만, 그 행동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라. 그래서 엄마는 ‘용돈’이 단순한 돈이 아니라, ‘책임’과 ‘신뢰’ 위에 세워진 우리의 약속이라고 생각해.
그런데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엄마는 한 가지 씁쓸한 생각이 들었어. 우리 집에는 숙제를 안 해서 용돈을 못 받는 중학생이 있는데, 이 나라에는 헌법을 어기고도 아무 처벌을 받지 않는 고위공직자가 있거든.
얼마 전 헌법재판소는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심판을 기각했어. ‘기각’이라는 건, 국회가 요구한 탄핵을 헌법재판소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이지. 즉, 잘못이 있긴 하지만 총리 자리에서 물러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한 거야.
헌법재판소는 이렇게 밝혔어.
“국무총리 한덕수는 계엄령의 기획이나 실행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았지만, 헌법과 법률이 정한 국무회의 심의 절차를 무시하고, 보고를 받는 등 절차적·실체적 위법성이 있다.”
또 “그가 국회에서 선출된 재판관 후보자의 임명을 보류한 것은 헌법과 법률 위반에 해당한다”라고 했지.
이 말은, 법을 어겼다는 사실 자체는 분명하다는 거야. 그런데도 헌법재판소는 '이 정도 위법은 탄핵 사유로 보기에는 부족하다'라고 했고, 그래서 결국 탄핵은 기각됐어.
엄마는 이 부분이 도무지 납득되지 않았어. 법을 얼마나 어겨야 자리에서 물러나는 걸까? 평범한 시민은 교통법규 하나만 어겨도 벌금을 내야 하고, 직장인은 회사 규정을 어기면 징계를 받지. 2,400원을 횡령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한 버스 기사에게도 법원은 '해고가 정당하다'라고 판결했단다.
대한민국 헌법에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명시되어 있어. 하지만 이번 판결을 보면서 그 말이 얼마나 공허했는지 몰라.
학생은 숙제를 안 하면 용돈도 못 받고 꾸중을 듣는데, 국무총리는 헌법을 어겨도 아무 일 없이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다는 현실. 엄마는 아들에게 학생으로서의 책임과 할 일에 대해 가르치고 있지만, 정작 이 나라의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고 있으니 이 얼마나 모순된 현실이니?
이런 판결이 반복된다면, 너와 같은 아이들에게 어른들은 어떤 기준으로 ‘정의’와 ‘공정’을 가르칠 수 있을까? 왜 약속을 지켜야 하느냐, 왜 책임을 져야 하느냐는 질문에 더 이상 떳떳하게 대답할 수 없게 될 것 같아.
엄마는 네가 성실하게 살아가고 또 정당하게 보상받는 세상이 되길 바라. 네가 규칙을 지키고 책임을 다했을 때, 그에 상응하는 자유와 신뢰를 얻는 것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세상 말이야.
그리고 그 시작은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부터 책임을 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믿어. 그래야 너도, 너의 친구들도 ‘정의’라는 가치를 믿고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네가 어른이 되었을 때, 오늘 엄마가 했던 이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으면 좋겠어.
정의는 힘 있는 자의 편이 아니라,
약속을 지키는 사람들의 편이라는 사실을 잊지마!
"2400원 횡령 버스기사 해고 정당" 다른 1명 판결도 '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