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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인가? 연산군인가?

by 브리앙

2019년에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됐던 드라마 '킹덤' 기억나?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서도 큰 사랑을 받은 K-드라마였지.

조선시대 궁궐에 좀비가 등장한다는 설정이 정말 신선하고 충격적이었어.

처녀귀신이나 뱀파이어 이야기를 들으며 자란 엄마에게 ‘좀비’란 어떤 느낌이냐면,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월드워 Z'처럼 외국에서나 나오는 괴물,

또는 공유가 등장한 '부산행'처럼 요즘 들어 새롭게 등장한 ‘신문물’ 같은 이미지였거든.

그런데 조선시대에 좀비라니! 정말 상상도 못 할 조합이었단다.


월드워 Z처럼 과학자가 백신을 발견해서 전 세계를 구하는 희망 가득한 이야기였으면 좋았을 텐데,

킹덤은 땅덩이도 작은 조선에서 오히려 좀비를 이용해 권력을 쥐려 했던 인간의 탐욕을 보여준 드라마였어.

도성 안에서 좀비로 고통받는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 키 크고 잘생긴 왕자가 사투를 벌이는 장면도 인상 깊었지만, 이미 좀비가 된 왕을 숨긴 채 대신들이 권력을 쥐고 왕 노릇을 하고 있었다는 설정은 정말 충격이었지.


임금의 자리는 장자 계승 원칙 아래에 있고,

명망 있는 소수 가문이 정치를 하며 권력을 독점하고 자신의 이권만 챙기던 조선 시대에서

백성들의 삶이 얼마나 피폐했을지 드라마를 보며 상상할 수 있었어.

'민심은 천심'이라는 말 들어봤지?.

백성의 뜻은 곧 하늘의 뜻이니, 민심을 얻는 것이 곧 천심을 얻는다는 뜻인데 조선 시대의 정조 임금님도 하셨던 말씀이란다.

하지만 드라마 속 백성들의 삶은 끝없이 고단했고, 민심 따위는 권력자들의 안중에 없었어.

'킹덤'을 보는 내내 이게 현실인지, 가상의 이야기인지?

그저 시대만 바뀐 오늘의 이야기 같아 마음이 무거웠단다.




최근 3년간 대한민국을 되돌아보면, 이런 현실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질지도 몰라.


예를 들어,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6세에서 만 5세로 앞당기겠다는 학제 개편안이 발표됐을 때,

준비도 부족했고 현실에도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쏟아졌어.

결국 교육부 장관은 개편안을 철회하고 사퇴했지.

아이가 만 5세에 초등학교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아직 신체적이나 정서적으로 너무 어리고, 친구 관계도 이제 막 시작됐을 시기야.

그런 아이들이 갑자기 한글, 수학, 규칙 중심의 학교 수업을 받게 되면 스트레스가 커지고, 학생 간 학습 격차도 훨씬 커지겠지.

오전 수업이 끝난 뒤엔 돌봄 시설도 부족한 상황에서 오히려 부모의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단다.


또 하나,

주 52시간 근무제를 유연화해 주 최대 69시간까지 일하게 하자는 고용노동부의 주장도 있었어.

그 말은 곧 하루에 10~12시간씩, 주 6일을 일해야 한다는 뜻인데, 잠자고 밥 먹고 씻고 나면 남는 시간이 거의 없잖아.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바라는 청년들과 노동자들은 강하게 반발했고, 결국 이 제안도 무산되었어.

2022년 이태원에서 158명의 소중한 생명이 희생되는 참사가 있었지만, 책임을 져야 할 행정안전부 장관은 끝내 사퇴하지 않았단다.

또, 대통령 관저를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496억 원의 세금이 쓰였고 그 과정에서 위법성이 발견되었지. 하지만 이를 감시해야 할 감사원은 '문제없다'는 말만 되풀이했어.

불법 주식 거래로 부당한 이익을 챙긴 대통령 부인을 눈감아준 금융감독원장도 있었고 말이야.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 기관들이 법과 원칙이 아니라 권력의 눈치를 보며 움직이는 모습에 국민들은 점점 더 허탈해지고 희망을 잃어가고 있었어.

마치 좀비로부터 보호해 줄 '나라님'은 없고 끝없이 고달픈 노역만 남은 킹덤의 백성들처럼 말이야.

정부에서 발표하는 정책 하나하나는 국민의 삶에 크게 영향을 줘.

그런데 이처럼 발표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아 결국 철회하거나 무산되는 일이 반복되면 정부는 신뢰를 잃게 되고, 국민은 매사에 지치게 되는 거야.


그리고 이 모든 일의 중심에 있던 교육부 장관, 노동부 장관, 행안부 장관, 감사원장, 금융감독원장 등은

모두 대통령과 같은 검사 출신으로, 그가 직접 임명한 인물들이었단다.

국민의 70% 이상이 반대했던 계엄 사태 이후에도 그들은 하나같이 대통령을 옹호했지.

결국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에게 최종 파면을 선고했고, 지금은 형사 처벌을 위한 재판이 진행 중이야.

하지만 좀비왕을 대신해 살아 있는 권력을 나눠 갖고, 그 어두운 영향력을 퍼뜨리는 이들이 아직도 국가의 중요한 자리에 남아있어.


윤 전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보며 사람들은 종종 연산군과 비교하고는 했었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우리가 지켜본 대한민국의 지난 3년은 킹덤일까? 연산군일까?


https://www.nocutnews.co.kr/news/6290746?utm_source=naver&utm_medium=article&utm_campaign=2025021007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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