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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뭘까?

by 브리앙

남자친구가 있다고 당당히 말한 첫째나,

여자친구가 있는지 없는지 애매한 둘째나,

연애 이야기나 사랑은 너희가 정말 궁금해하고, 말하고 싶어 하는 주제가 아닐까?

'누가 누구를 좋아한대!'

'책상 위에 딸기 우유를 몰래 올려놨잖아!'

이런 간질간질하고 두 볼이 발그레해지는 이야기들은 언제 들어도 설레니까.


아직은 모든 게 서툰 너희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그 마음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어려워하는 걸 보면,

괜히 연애 코치를 해주고 싶은 주책맞은 마음이 슬쩍 고개를 들기도 한단다.

그렇다고 해서 엄마가 사랑 전문가냐 하면...

글쎄... 결혼도 했고, 아이도 둘이나 낳았으니 사랑을 잘 아는 것 같아 보이겠지만, 사실은 아직도 사랑이 뭔지 다 알지 못하겠더라. 이제 40대 후반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사랑은 어렵고, 때로는 낯설고, 또 가끔은 새롭게 다가오니까. 하지만 확실히 알게 된 게 하나 있지.

바로 '사랑에는 참 많은 얼굴이 있다'는 거야.


처음엔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한단다.

예쁘고 멋진 외모나 다정한 말과 행동에 마음이 흔들렸다가 서로의 이름만 들어도 심장이 두근거리고, 작은 행동 하나에도 많은 의미를 부여하곤 하지. 하지만 그 설레는 마음만으로는 아직 사랑이라고 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 시간이 지나면서 오해도 생기고, 다툼도 하고, 실망하기도 하지.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마음, 그 자체도 참 예쁘단다. 그 마음 위에 상대의 의견과 취향을 존중하고, 힘들 때 곁을 지켜주며, 때로는 내 욕심을 내려놓는 것.

그런 선택들이 모여야 비로소 사랑이 되는 게 아닐까?


그런데 사랑은 연인 사이에만 있는 게 아니란다.

부모가 아이를 키워내는 것도 사랑이고, 오래 시간 내 곁에 있던 친구의 지지와 응원도 사랑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나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 들어봤지? 혼자 있는 나 자신을 아껴주고 돌보는 것도 사랑의 한 모습이란다.

결국 사랑은 어떤 특정한 형태로만 머무르지 않고, 상황과 관계에 따라 계속해서 바뀌며 우리의 삶을 채워주지. 그래서 우리를 한 뼘 더 성장하게 해 준단다.




그런데 엄마는 '사랑'이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충격적인 기사를 봤어.

연예기획사 대표 조 씨(48)는 15세 여중생 A양을 성폭행하고 임신하게 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2년, 2심에서 징역 9년을 선고받았는데, 조 씨는 “사랑해서 이뤄진 관계”라면서 상고했어.

결국 대법원은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는 유죄를 확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하급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가 확정됐단다.


A양이 조 씨에게 보낸 편지, 문자메시지 등을 근거로 두 사람이 ‘연인 관계’였을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거야.

편지에는 하트, 스티커 등 애정 표현이 담겨 있었고, 문자에서는 조 씨를 ‘오빠, 남편’ 등으로 부르며 연인 간 주고받는 내용이 많았다는 점이 고려되었대.


엄마는 이 기사를 읽으면서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어.

이게 사랑이라고?

40대 기획사 대표와 여중생의 관계를 사랑이라고 판결한다고?

미성년자를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보호해 줘야 하는 게 어른의 책임 아닌가?

법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테두리라고 배웠는데, 엄마가 본 기사에는 법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아 씁쓸하더라.


그래도 엄마는 너희에게 꼭 말하고 싶어.

사랑의 정의가 다양할 수 있겠지만 그게 어떤 모습이든 서로의 삶을 더 단단하게 지켜주는 책임감에서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 상대의 약함을 이용하거나 상처 주는 방식으로 사랑이 이루어질 수는 없는 것 같아.

그래서 사랑은 나 혼자만이 아니라, 서로가 함께 성장해 가도록 돕는 힘이 되는 게 아닐까 싶어.


너희가 앞으로 만나게 될 사랑은 어떤 모습이 되길 바라니?


엄마는 궁금해.

너희가 생각하는 사랑은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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