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했던 적응기
작곡 전공으로 대학 진학 후 처음으로 음악회를 제대로 보면서
20년간 살아오면서 느껴보지 못한 전율을 처음 느꼈고,
나도 모르게 감정이 벅차올라 눈물이 났다.
다양하고 즐거운 대학생활을 하며 어느새 4학년 2학기가 되었다.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한참 하고 있는 가운데 지인분을 통해 유명한
뮤지컬 음악감독님을 만나게 되었고, 몇 가지 테스트 후
감독님의 음악팀에 합류하게 되었다.
대학에 다닐 때만 해도 뮤지컬 쪽에서 일하게 되리라는 것은 상상도 못 했었는데,
매일 아침 연습실 가는 것이 설레고 행복했었고, 유명한 배우분들의 연기와
노래를 가까이서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좋았던 것도 잠시, 클래식 음악을 배웠던 터라 초반에 일을 배우면서 많이 고전했다.
일을 가르쳐 주시는 감독님들도 정말 무서웠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프로의 세계는 더욱 냉정해서 그랬던 것 같다.
수많은 배우들과, 스텝들 또 다른 팀 감독님들이
한자리에 모여 연습하는데 실수가 나오지 않기 위해
온 신경을 예민하게 곤두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혹독하게 일을 배우다 보니 많이 성장해서 조감독이라는 역할도 맡게 되고,
세종문화회관 오케스트라 피트석에서 건반 연주자도 해보았다.
대학에서 첫 음악회를 봤을 때와 같이 첫 공연 후 똑같은 황홀감을 느꼈다.
뮤지컬 공연은 볼거리도 다양하고 음악도 풍성해서 정말 화려하다.
공연의 화려한 완성도를 위해 연습을 많이 한다. 아주 많이 많이 한다.
보통 두세 달 전부터 연습을 시작하는데,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연습을 했다. 그렇게 집에 돌아오면 다시 또 일이 시작되었다.
그날 변경된 악보를 수정하고 출력하고 정리를 해놓고 새벽에 잠이 들었다.
이런 생활이 2년 정도 반복되다 보니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갔다.
글을 쓰다 보니 그 시절 추억에 잠긴다.
그때 느꼈던 감정들이 밀물처럼 확 밀려온다.
유튜브나 텔레비전에서 음악감독님들의 지휘하는 모습을 보면
뮤지컬 무대 지휘를 하고 싶었던 예전 꿈이 떠오른다.
사람은 자신이 가지 않은 길을 더 갈망한다고 한다.
내가 가지 않은 길이기에 더욱 아쉬움이 많이 남는 거겠지.
행복했던 순간들만 고이고이 추억 상자 속에 담아 삶이 고단하고 지칠 때
한 번씩 꺼내어 보고 있다.
'이제는 무슨 일을 해야 하나?'라는 새로운 문제에 맞닥뜨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