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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지컬육아하는엄마 Oct 24. 2021

홍천댁 적응기

진화하는 나의 적응력

홍천댁. 결혼을 하고 나를 나타내는 타이틀이 바뀌었다.

결혼 전까지 학업을 위해 여러 번 터전을 바꾸며 혼자서도 잘 적응하고 살았던 나였기에 낯선 시골 홍천에 가서도 금방 적응하고 잘 살 수 있다 자신했다.


처음 신혼집을 보러 가는 날이었다. 점점 신혼집에 가까워질수록 넓은 밭들이 많이 보였고, 아파트와 건물은 듬성듬성 보이기 시작했다. 설렘 가득 안고 버스에서 내릴 때와 달리 내 표정은 점점 잿빛으로 변했다.


하루 종일 집안일하고 저녁을 준비하는 날들이 즐거운 것도 잠시, 이내 외로움과의 사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연고도 없는 곳에서 만날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하루 종일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가 된 느낌이었다. 잘 적응하리라 외쳤던 처음의 패기는 온데간데없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복지관에 수업을 들으러 다녔고, 수업에서 만난 인연 덕분에 영어뮤지컬 수업을 새로 시작했다. 그 계기로 자신감을 얻어 홍천에 있는 초등학교 홈페이지들을 검색해 영어뮤지컬 강사를 뽑지 않는데도, 여러 군데 지원을 해보았다. 감사한 기회로 학교 수업도 시작하게 되었다.    


그렇게 2년 정도가 지나고, 시내와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했다. 이사 후 수업에 더욱 욕심이 나기 시작했고, 사업자 등록 후 집 거실에서 수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부모님들과 아이들의 반응은 좋았고, 입소문이 점점 나서 모든 수업의 학생들이 풀로 찼다. 그러다 보니 상가를 얻어 사업을 확장해보고 싶었고, 이리저리 구상도 했다.


그런데 공부방 운영 6개월이 되는 날, 우리 가정에도 어여쁜 아기천사가 기적과 같은 선물로 찾아왔다. 수업에 대한 책임감과 열정 덕분에 출산 한 달 전까지 수업을 했다.


실제 운영했던 공부방 사진, 할로윈 행사

일을 하면서 사람들을 만났고, 일을 하면서 낯선 타지 생활을 적응하기 시작했다. 일을 하며 내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고, 낯선 곳에 발을 내딛어도 되겠다는 안정감을 느꼈다. 일을 하며 살아있음을 느끼는 사람인데 출산 후 집에서 아이만 보고 있었으니, 얼마나 답답했겠는가!

이 부분은 음악감독 엄마의 뮤지컬 육아 이야기 글에 자세히 나와있다.


내 적응력은 '육아'라는 좌절과 우울과 희망을 반복하며 빠르게 '육아'에 또 최적화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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