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뮤지컬육아하는엄마 Oct 24. 2021

아빠들도 육아휴직이 필요해

나도 엄마가 처음이지만, 남편도 아빠가 처음이었다.

'여보, 나 눈이 이상해.'

아이와 둘이 친정에 있는 동안 신랑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신랑의 말에 내 가슴이 또 철렁했다.

원인은 스트레스와 수면부족.


그랬다. 나 못지않게 신랑도 출산 후 바뀐 환경에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혼자 아이를 돌보는 힘든 아내의 모습을 보는 상황이 어찌 편했으랴.


'건강이 제일 중요하지. 몇 개월 만이라도 육아휴직을 쓰는 게 어때요?'

긴 고민 끝에 결단을 내리고 우리 모자는 다시 360km를 달려 우리의 집으로 갔다.



이제 더 편해지겠지? 했던 생각은 일주일을 채 못 갔다.

아무리 좋은 사이라도 24시간 매일매일 붙어있다는 것은 상상초월의 문제였다.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아이 앞에서 자주 싸우고 말았다. 아이가 얼마나 불안했을까.

'이건 아닌 것 같아. 기왕 결혼해서 이혼 안 하고 잘 살 거면 우리 상담을 받자.'

우린 서로의 대한 열정이 남달랐나 보다. 아니, 너무 달랐음에 끌렸던 걸까.


연애 때 이후로 두 번째 상담이 시작되었다.


좋을 때는 한없이 좋았다가 싸우기 시작하면 한없이 서로를 물어뜯기 바빴다.

상담 전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상담사 선생님이 우리 가족을 보고 상담하러 가는 부부의 모습이 아닌, 친구 집 놀러 가는 부부인 줄 알았다고 하신다.


시시비비를 가려줄 것으로 예상했지만, 서로의 다름을 이해할 수 있도록 진행해주셨다.

서로를 이해하고 보니 뜨거운 눈물이 흘렀고, 이해한 만큼 앞으로는 싸우지 않겠지라는 큰 희망에 부풀었다.


상담 이후로 어땠을까?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그대로다. 인간의 본성은 바뀌지 않고, 실수를 반복한다.

하지만 크게 달라진 점은 아이 앞에서 최대한 싸우지 않으려고 노력을 했고, 상대방을 이해하며 싸웠기 때문에 빈도수가 크게 줄었다.

 


스트레스가 높은 직업에 대한 기사를 보았는데, 1위는 군인, 3위는 항공 조종사였다.

신랑은 1,3위 2관왕을 달성하였고 내가 상상하지 못할 만큼의 스트레스를 받았으리라.


육아휴직 기간 동안 약이 필요 없을 정도로 눈 상태는 아주 많이 호전되었다.

또한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다 보니 아이는 아빠를 훨씬 더 좋아했고, 신랑의 놀이 스킬이 100을 기준으로 +50 정도 향상되었던 것 같다. 더불어 상담을 통해 신랑을 더 이해하게 되었고, 여러모로 우리 가족을 업그레이드시켜 주었던 90일이었다.


육아휴직이라는 기간을 통해 엄마, 아빠도 부모가 되는 적응기간이 필요한 것 같다. 아니 필수다. 

이때, 생각했다. 신랑이 일을 관둘 수 있게 내가 많이 벌어야겠다. 

  





이전 05화 홍천댁 적응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