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건강하게 만들어 준 원동력
아이 100일쯤 친정에 갔을 때였다.
아이 팔과 얼굴에 붉은 발진들이 올라오더니 점점 크기가 커졌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증상이 아토피와 비슷했다.
우리 아이가 아토피라니, 믿을 수가 없었다.
여러 군데 병원을 갔더니,
'이걸 그대로 내버려 두면 아토피로 발전하겠네요.'
'아토피의 일종입니다.'
말도 못 하는 아이가 긁고 피가 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눈물이 나기도 하고 화도 났다. 임신했을 때 내가 뭘 잘못해서 아이가 이런 걸까, 어떻게 케어를 못해줘서 이런 걸까, 하필 왜 우리 아이한테 아토피가 온 거지?
앞으로 어떤 좋은 것들을 아이에게 해줄까 고민만 하던 나에게 '아토피'라는 생각지도 못한 큰 복병이 찾아왔다.
아토피는 보통 내부적인 요인으로 발생한다고 한다. (이는 의사들마다 소견이 다르지만, 내가 찾아보고 병원들 상담을 하고 내린 결론은 이러하다.) 장이 약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고, 분유(우유)나 고 단백질에 특히 더 반응을 한다. 그래서 분유도 아토피 전용 분유로 (HA라는 특수분유가 있다.) 바꾸고, 이유식 진도도 정말 천천히 나갔다. 시판 이유식은 시도조차 해 볼 수 없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아이의 이유식부터 유아식까지 전부 다 직접 해서 먹여야 했고, 간식도 과일이나 찐 감자, 찐 단호박 와 같은 건강간식으로만 먹이게 되었다.
소고기도 거의 두 돌이 다 되었을 때부터 통과가 되어 먹기 시작했다. 소고기를 섭취하지 못하는 대신 보조식품과 대체 음식으로 영양을 채워주었다. 정말 다행으로 아이의 키와 몸무게는 항상 평균 이상이었고, 철분 수치도 평균 이상이었다.
20개월 정도부터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한 달치 식단표를 보고 먹을 수 없는 반찬과 간식이 나오면 미리 체크해뒀다가 매일매일 도시락을 싸주었다. 이 얘기를 하면 많이들 힘들겠다고 말하지만, 신기하게 하다 보니 또 적응이 되었다.
만 36개월 꽉 채운 세돌이 지난 아이는 이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다양해졌다.
계란, 요거트, 치즈 등 이런 음식을 한 번에 많이 먹으면 또 올라오지만, 그 전에는 먹을 수 없었던 음식들도 이제 거의 다 괜찮아졌다.
아토피가 참 어려운 게, 좋아지는 것 같아서 방심하고 먹다 보면 어김없이 피부로 터져 나온다. 처음에는 괜찮은 것 같아도 내 몸에 맞지 않는 음식을 먹다가 먹다가 먹다가 보면 어느새 빵 터지는 것이다.
좋아지고 안 좋아지고를 반복하며 나에게도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다. 그리고 생각도 많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우리 아이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이것밖에 없어.'에서
'우리 아이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이렇게나 많네! 점점 늘어나고 있어.'로 생각이 변했다.
그리고 몸에 좋지 않은 간식과 음식들을 먹이지 않은 덕분인지 감기에 잘 걸리지 않았다. 여태껏 열이 난적이 한 번 있는데, 그것도 딱 하루였었다. 물론 몸에 좋은 보조식품들을 많이 먹인 것도 면역력이 좋아지는 데에도 큰 몫을 한 것 같다.
아토피, 그 어두웠던 터널을 지나 빛으로 나왔다. 힘들었던 그 순간들이 다른 이에게 다시 위로해 줄 수 있는 힘이 되었고, 희망이 되었다. 다시 새로운 터널이 나와도 견딜 힘이 생겼고, 나는 더 단단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