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내 유일한 관객이자 심사위원이었다. 평소 노래 부르는 것과 춤추는 것을 무척 좋아했기에 육아 스트레스도 신나게 흔들며 날려버리려고 했다. 뒤집기도 못하는 아가 시절부터 아이를 앞에 두고 열창도 하고, 엄마의 열정적인 춤사위를 보여주었다. 아이가 엄마를 보며 꺄르륵 웃어주면, 심사위원 점수는 100점 만점이었다.
사실 나의 책 육아는 나의 저질체력에서 시작했다고 하면 의아해할 것이다. 춤추는 걸 좋아하는 나였지만, 저질체력이었고 앉아서 누워서 아이에게 책 읽어주는 것을 좋아했다. 기왕 읽어주는 거 책을 조금 더 재밌고 역동적으로 읽어주고 싶어서 목소리로 높낮이도 조절하고, 손가락으로 해당하는 곳을 가리키기도 하고, 몸으로 책 내용을 표현하고 아이와 따라 해 보았다.
이렇게 하다 보니 내가 그림책을 읽는 동안 푹 빠져서 읽게 되었다. 그 순간에는 엄마가 아니라 아이의 눈으로 책을 바라보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글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아이와 그림을 관찰하게 되었다. 단편적으로 그림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림 속에 아이와 내가 들어갔다. 그림 속 등장인물은 어디로 가는 건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뒷배경은 무엇을 나타낸 것인지, 이 장면에서는 무슨 냄새가 나는지. 장면을 따라 하며 상상해보고 자꾸 아이와 대화를 해보았다. (아이가 말을 못 할 때는 나 혼자서 계속 쉼 없이 말을 했었다.)
그렇게 하며 영어노래와 영어 그림책도 같은 방법으로 함께 들려주고 보여주기 시작했다. 영어노래를 틀어놓고 같이 부르며 춤도 추고, 영어 그림책을 읽으며 똑같이 그림을 보고 대화하고 (한국말로) 장면을 따라 하며 신나게 웃었다. 그러다 보니 아이는 저절로 책 읽기를 하나의 놀이로 생각했고, 온몸으로 책 읽기 콘텐츠가 탄생되었다.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영어노래, 창작동요, 유명 동요 등 다양한 노래들을 들려주고 또 불러주었다. 그러면서 내가 노래들을 많이 익혔다. 내 입에 익은 노래들은 신기하게도 그 상황이 되었을 때, 적재적소에 나오기 시작했다. 뮤지컬 육아는 우연으로 시작되어 아이와 함께 만들어가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노래 덕분에 아이의 한글 발화, 영어 발화가 가속도가 붙게 되었고, 말이 되는 노래 콘텐츠도 탄생했다. 그러면서 '일상을 뮤지컬로, 일상을 연극으로'라는 나만의 슬로건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