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내 세대의 예상 수명은?

노부모와 자녀의 수레바퀴에 깔리다

by 방구석 관찰자

내 친구나, 주변 지인들의 부모는 지금 기준으로는 충분히 근로가 가능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일찍 은퇴하거나, 혹은 60세 전후해서 당시의 일반적인 은퇴를 했다. 그리고, 사회생활을 하는 내 친구나 지인은 취업하고 나면 본격적으로 부모에게 용돈을 드리기 시작했고, 결혼 후 시댁과 친정에 용돈을 드리는 문제로 부모와 갈등을 겪는 사람이 많았다. 결혼이 가장 큰 갈등의 뿌리였는데, 성인이 되면서 각자 부모에게 드렸던 용돈의 액수가 결혼하면서도 그대로 유지되느냐, 줄여야 하느냐에서 부부 갈등, 혹은 몰래 가슴앓이하는 경우들이 많았다. 이건 이들 스스로 윤리적 선택에 부딪혀 갈등이 생기기도 하지만, 부모의 요구 역시 만만치 않았다.


나의 부모님은 두 분 다 1941년생이다. 아버지는 내가 중고등 학창 시절에 돌아가셨는데, 부모님 모두, 전쟁이 끝난 후 지방에서 서울로 상경한 도시 빈민이었고, 배움이 짧았던 아버지는 건설 현장에서 이른바, 막노동을 하셨다. 그 일거리조차 불규칙적이었고, 일이 없을 때도 그다지 기죽거나 미안한 기색 없이, 가장으로서 집에서 쉬고 있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덕분에, 어머니가 일찍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는데, 그 시절, 내 주변에는 일하지 않는 엄마가 더 많았다. 그렇다고, 그들의 생활이 훨씬 윤택했다고 할 수는 없는 게, 사는 건 고만고만했는데, 보통은 사회적 분위기가 엄마들이 일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게 1980년대의 일이다.


기분이 내킬 때만 일했던 아버지는 중학교 때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본격적으로 가장이 되어 이런저런 힘든 노동을 해야만 했다. 어머니는 내가 대학교에 다닐 때 근로를 그만두고 결혼한 맞벌이 언니의 딸, 그러니까 손녀를 집에서 돌봤다. 그때 어머니 나이는 59세였고, 내 주변 친구들의 어머니들과 비교하면, 독보적으로 일을 오래 한 케이스였다. 물론, 교수, 교사, 약사 등, 전문 직종의 어머니들은 제외하고 말이다. 그 뒤로 어머니는 나를 포함한 자녀들의 용돈과 국가의 부조만으로 생활하고 있다.


우리의 부모 세대는 위급한 병이 아니라면, 무난히 100세 시대를 달성할 걸로 예상된다. 나의 어머니만 해도, 40대의 비교적 이른 나이에 당뇨병이라는 성인병을 얻었고, 그 뒤에 그로 인한 합병증을 연달아 얻었지만, 지금까지 꾸준한 약물과 운동으로 완치가 아닌 관리의 개념으로 생활하고 계신다. 시어머니는 결국 여러 가지 사정 끝에, 치매라는 벽을 넘지 못하고 요양원에 계시다. 오랜 농사일에 지쳤지만, 결국 꾸준한 노동으로 인해 신체적 건강에는 별 무리가 없어서, 치매를 떼어놓고 본다면 100세가 얼마 남지 않았다. 내 세대의 예상 수명이 120세인 건 그다지 무리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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