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나는 왜 직업수집가가 되었는가?(2)

by 방구석 관찰자

교사를 그만둔 근원적 이유 중 다른 하나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맞아 가치관이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나도 겪게 되었고, 자발적으로는 절대 바뀔 리 없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에 맞닥트려졌다. 둘째를 출산하고 정확히 10개월 뒤, 강직성 척추염이라는 자가면역질환을 판정받았고, 경구용 약에 반응하지 않아, 주사제 치료로 증상을 억제하게 되었다.


이 일은 내 신체에 관한 증상뿐만 아니라, 유년기 때부터 쌓아온 온갖 심리적 문제들을 발화시켜, 나는 정신적으로 강하게 폭발하였고, 그야말로 폭풍의 시기를 거쳐야만 했다. 그 시기는 대략 5년 정도 지속되었고, 그동안 나는 분노하고, 싸우고, 슬퍼하고, 자성했다. 곧 죽을 병이 아니었지만, 나는 누구보다 절망에 빠졌고, 곧 죽을 사람처럼 행동했다. 어떤 때는 약물의 도움을, 어떤 때는 상담심리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가며, 그 시기를 견뎌냈고, 지금은 감히 인생 2 회차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


교사라는 업의 특성상, 나는 고지식한 면이 많았다. 원칙주의자였으며, 당위의 세계에 살았다. 당연히 학생들이나, 내 아이들에게도 사회 다수가 옳다고 하는 일반적 윤리와 가치관을 강요했고, 나 자신에게도 엄격했다.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았고, 계획성 있는 삶을 추구했다. 사회에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고, 그 과정에서 하등 쓸모없이 내 사회적 페르소나를 뚫고 나오는 보기 흉한 감정 덩어리들은 세련되게 덮어 버렸다. 나는 집에서는 고상하고 모범적인 아내이자 엄마가 되고자 했고, 학교에서는 누구에게도 비난을 듣지 않으면서 누구에게나 친근한 선생님의 모습을 하고 원만함의 표본이 되었다.


지금은 다르다. 교사를 그만두었다는 행동 자체가 그 증명이다. 모두가 상상만 할 뿐 쉽게 실천할 수 없는 “퇴사”를 했고, 동시에 내 삶의 방향은 180도로 바뀌었다. 가정에서는 모범적 아내와 엄마의 포기를 선언했다. 내가 하기 싫은 일은 단 1초도 하지 않는다. 내가 다른 사람들과 비교우위에 있는 것은 단연코 “시간” 하나다. 나는 내 시간에 한해서 한 치의 양보도 없다. 그리고 이성과 본능이 충돌할 때는 본능에 무조건 나를 맡긴다. 먼 미래를 위한 계획은 세우지 않으며, 오늘 하루만 사는 사람처럼 산다. 일은 내가 원하는 것을, 원하는 시간에 하고, 두 가지가 한꺼번에 충족되지 않으면, ‘나는 내일 죽는다’는 가설을 세우고 다시 생각한다. 답은 금방 나온다.


본능과 심장의 두근거림에 항상 집중하고, 세상에 내 편은 나뿐이라는 생각으로, 내가 내리는 선택을 스스로 존중한다. 하고 싶은 게 생기면 1초도 주저하지 않고 바로 실행한다. 본능이 이끌린다면 고민하는 시간을 절대적으로 줄이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무엇이든 시작한다. 인생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데, 나는 후자다. 삶은 단연코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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