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신에 얽힌 이야기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읽고

by 책식주희


때 묻지 않은 소년, 허클베리 핀이 미시시피 강을 따라 뗏목을 타고 겪는 모험이 담긴 소설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노예제나 인종차별, 가문간의 싸움, 종교, 사기 등 당시 시대상을 잘 그려냈다. 그 중에 인상적인 것은 여러 미신들이다. 흑인 노예들 사이의 우스꽝스러운 미신도 그렇지만, 백인들 또한 곧잘 그러한 것들을 믿었던 것으로 보인다. 소설 속에서 그런 믿음을 이용하여 남을 속여 사기를 치고, 장난을 치는 모습이 몇 번이고 묘사되는 것을 보면 마크 트웨인은 미신을 믿는 이들을 터무니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양초를 훔치고 그 값을 올려뒀던 허클베리 핀의 장난으로 시작됐지만, 그 장난이 마녀의 것이었다고 철석같이 다른 흑인 노예들이 믿음으로써 그 5센트짜리 동전은 마녀의 동전이 된다(제2장: 짐을 피해 나가다). 우스꽝스럽게 표현됐지만, 용한 점술가나 무당이 생겨나는 것도 그와 비슷한 흐름이지 않을까. 두루뭉술한 점괘와 시기적절하게 맞아떨어진 우연, 적당한 말재간의 혼합물.


미신을 믿느냐고 한다면 나는 ‘믿지 않는다’에 가깝다. 하지만 미신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사연 없는 무덤 없고,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 리 없다고 이유 없이 생겨난 미신은 없다고 생각한다. 밤에 손톱 깎으면 일찍 죽는다는 미신은 조명이 발달하지 못한 옛날에 손톱 깎다가 생긴 생채기로 목숨을 잃는 일을 막기 위해 생겨났다는 설이 있고, 손톱 먹은 쥐가 사람 된단 얘긴 손톱 아무데나 버리지 말란 얘기를 재미있게 옮긴 것이라 미신이라기보다는 전래동화에 가깝다. 사다리 밑을 지나가면 재수 없다는 미신은 사다리 밑을 지나다가 일어나는 사고가 잦아서 생겼을 것이고, 다리를 떨면 복이 나간다는 옛말은 예의범절을 중시하고자 몸가짐을 바르게 하라는 의미였을 것이다. 문지방을 밟으면 복 나간다는 말은... 문지방에 걸려 넘어지는 나 같은 덤벙이들이 의외로 많아서 주의를 주려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미신이란 결국 사람이 옮기는 것. 누구에게도 전하지 않으면 끊기고 사라질 텐데, 믿지 않는다면서 한 마디씩 옮기다가 어느새 21세기 전자문명시대에도 명맥을 이은 채 그대로 이어져 내려왔다.


미신에 관하여 생각나는 나의 일화는 제사나 장례식장에 어린 아이들이 가면 귀신이 붙는다느니 안 좋은 일이 생긴다느니 하는 미신과 관련이 있다. 환경에 쉽게 영향을 받는 어린 아이들을 조심시키기 위한 미신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나는 어릴 때부터 가족 제사나 절에 많이 다녀서 딱히 신경 쓴 적 없었다. 그런데 수능이 얼마 안남은 고3때 반 친구 아버지 장례식이 있었는데 가도 괜찮으냐며 미신을 들먹이는 말에 덜컥 마음이 불편해졌다. 수능을 앞두고 ‘혹시나’ ‘만에 하나’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다. 수능을 앞둔 고3의 마음처럼, 사냥이나 전쟁 같이 중요한 일을 앞둔 과거의 사람들은 더더욱 그러하지 않았을까. 만전을 기하여 조심하고자 하다 보니 믿지 않는 사람마저도 흔들리게 하는 힘이 생긴다. 미신은 그렇게 힘을 얻었을 것이다. 신발 끈을 이렇게 맸더니 경기에서 이겼다, 머리를 안 감았더니 시험이 잘 풀렸다 등등의 징크스가 이어지다가 미신이 되어버리는 경우도 많지 않았을까 싶다. 고3 시절의 내 얘기로 돌아가자면 나는 결국 장례식장에 갔다. 안 가서 마음이 무거운 게 더 신경 쓰일 것 같아서. 그리고 집에 들어가기 전에 엄마가 어깨 너머로 소금을 뿌려줬다. 소금이 혹시라도 붙어온 귀신을 쫓는다고 했다. 미신을 미신으로 막은 셈이다. 그렇게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 그게 꽤 효과가 있었던 탓일까, 나는 종종 그렇게 불안함을 다른 미신으로 상쇄하곤 한다.


요전에 누가 타로를 배웠다면서 점을 봐줬는데 결과가 영 마음에 안 들었다. 그래서 집에 오는 길에 있는 타로가게에서 다시 타로 점을 봤다. 세간에는 좋은 이야기가 나올 때까지 타로를 다시 보면 된다는 이야기도 있다. 타로 점 봐주는 분은 십분 만에 만원 벌기가 미안하셨던 모양인지 내게 당신의 직업윤리관(?)에 맞지 않는 말을 해줬다. 타로 점을 그렇게 믿지 말라고, 스스로의 불안함이 드러난 것일 뿐이라고. 돈 내서 보러간 사람 민망하게 만드는 말이었지만 또 그게 꽤 위안이 되었으니 헛돈 쓴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미신은 사람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귀신 이야기로 아이들을 조심시켜 잘 키우고자 하는 마음, 징크스를 통해 내적 자신감을 얻고, 미신으로 조심하여 목표한 바를 이뤄내고 싶은 의지 그런 것들이 모여 미신을 이룬다. 미신(迷信), 단어 그대로 ‘사람을 미혹하여 길을 잃게 하는 잘못된 믿음’. 그러한 것에 흔들리지 않을 만큼 강한 의지와 신념을 가진 사람이 된다면 좋겠지만 지금까지도 미신이 명맥을 이어오는 것을 보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더 많은 모양이다. 나도 그 중에 하나이고 말이다.


근데 그러면 또 어떠한가. 미신에 얽매여 삶이 위태롭고 괴로울 정도로 심각한 수준만 아니라면(일상적인 삶을 위협할 정도의 잘못된 믿음이라면 혼자서 고민하지 말고 병원 방문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 약간의 징크스, 자잘한 미신에 휘둘리는 것이 뭐 그리 문제일까. 귀신이 걱정이야? 소금을 뿌리자. 맛소금은 왠지 맛있어서(?) 안 될 것 같으니 왕소금으로, 기왕이면 비싼 천일염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중국산보다는 국산이 좋을 수도 있다. 비행기 타고 오면서 소금의 영험함(?)이 줄어들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묵은 소금보다는 신선한 소금이 낫겠지? 싼 것보다는 비싼 소금이 나을까? 귀신이 소금 맛을 보면서 마트산인지 산지 직송인지 천일염인지 중국산인지 알아본다는 우스운 상상을 하다 보니 뭐든 웃어넘길 수 있을 것 같다. 미신을 만들어내는 것도 사람인만큼 그 미신을 약하게 만드는 것도 사람이 아닐까.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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