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신피로를 치료하기 위한 선택
내가 살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서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은 진즉 알았던 일이다. 실천하기가 어려웠을 뿐이다. 타고난 기질, 살아온 경험이 내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것에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이제 어쩌면 나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절박함이 나를 움직이게 했다.
부신피로가 극심한 상태다. 부신에서 나오는 코티솔이 문제다. 사실 코티솔은 우리 몸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단지 조절하지 못한 스트레스로 코티솔이 항상 넘쳐나는 몸이 되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코티솔이 과해서 오는 부신피로는 극심한 피곤이 가장 큰 문제지만 혈당이나 콜레스테롤, 만성염증까지 문어발 영업을 한다.
만성적으로 스트레스에 계속 노출되는 삶을 살아왔다. 환경을, 상황을 탓했지만 결국은 내가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편하기만 한 삶을 사는 사람은 없다. 밖에서 보면 세상 편한 팔자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편하기만 한 삶은 없다. 다만 그 상황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의 문제다.
나는 몸과 마음이 모두 예민한 사람이다. 내 몸은 정말 작은 자극에도 반응을 하고, 내 삶을 힘들게 한다. 정신적으로도 과민반응을 한다. 스트레스 상황에 정말 취약하다. 특히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어떻게 보면 그냥 그럴 수도 있다고 넘어가도 될 일을 나 혼자 고민하는 일이 더 많았다. 그렇게 내 부신을 고문했다.
내 부신을 살리기 위해, 내가 살아남기 위해 내 감정에 집중하는 것을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느끼는 감정은 거의 부정적이고, 두려움이고, 불안이다. 과민한 사람들은 자기의 감정에 집중하지 않고 외부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말이 이제야 피부에 와닿는다.
가족과의 관계에 불편함이 있었다. 아마도 이 스트레스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어떻게든 해 보려는 노력으로 항상 레이더를 세우고 살았던 시간이었다. 그 모든 노력을 내려놓기로 했다. 그냥 마음이 가는 대로 편하게 살자고 마음먹었다. 무언가 노력을 하고 반응을 살피는 노력을 접기로 했다. 스트레스 상황을 만들지 않기로 했다.
다 내려놓고 내 몸만 생각해야 한다고 주변에서 조언을 많이 했지만 하지를 못했다. 무언가 내가 제대로 하면 다 좋아질 거라는 착각에서 못 벗어났기 때문이었다. 오만이었다. 내가 할 수 있다는. 나아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내 몸만 부서진 결과 앞에서 이제는 겸손해지기로 했다.
더 이상의 스트레스를 쌓지 않기 위해 내 생각과 감정에 집중하는 어리석음을 버리기로 했다. 그냥 내가 행복해지기로 결심했다고 하면.
갑자기 바뀐 내 태도에 조금들 당황해하는 눈치지만 나는 굳건하게 내 길을 가기로 했다.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 스트레스를 쌓지 않고, 내 부신을 치료하고 내 삶에 건강이라는 자유를 주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