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고 외로울 때 무엇을 하나요
엄마가 슬픔을 다스리는 법
엄마의 주제일기를 읽으며
엄마를 보는 내 시각이 바뀌었다.
이제는 내 엄마가 아닌
외롭고, 힘든 인생을 살아온
아름다운 한 사람이 되었다.
그나마 오로지 사랑꾼이었던
아버지를 만나 몸은 고생은
했지만 따뜻한 시간을 누릴
수 있었던 것도 정말 감사한
일이다.
아버지가 가신 지 13년.
그동안 엄마가 얼마나
외로웠을까?
슬프고 외로울 때 무엇을
하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하셨다.
슬프고 외로울 때 무엇을 하나요?
내 삶을 통털어 슬프고
외로운 건 사춘기였다.
운명이 나를 칭칭 감아
무인도에 버려둔 채
모른 체 했다
그때마다 바다 언덕 위
밭에 나가 앉아 있었다.
섬들이 떠있는 황혼의 바다는
황금빛 노을로 물들여
눈물이 되었다.
모든 것을 이 위대한 자연에
맡기면 나의 슬픔은 가벼운
나뭇잎이 되어 날아다녔지.
지금도 외로우면 앞산 울창한
숲길에 서면 온갖 나무들의
아우성이 나도 나무가 되라고
속삭인다.
엄마가 매일 앞산을 오르는
이유였나 싶다.
운동하러 간다 하시지만
어떤 날은 하루에 두세 번을
가시는 날도 있었다.
요즘은 글을 쓰시느라 하루에
한 번만 운동하러 가신다니,
그동안 산에서 외로움을
달래고 계셨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