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무십일홍, 그때와 지금, 그리고 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나

by 정 영 일

[화무십일홍, 그때와 지금, 그리고 나]

40대 시절, 저는 몰랐습니다.

하늘이 운을 보태준 듯, 계좌엔 늘 돈이 가득했고

무슨 일을 해도 술술 풀리던 시기였습니다.


매일처럼 이어지는 음주와 유흥,

골프, 친구들과의 시간.

그 모든 순간이 영원할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회사에서 임원으로 승진했고,

코스닥 상장까지 이루며 더 큰 자산을 쥐게 되었습니다.

아내에게는 골프채를 선물하며

주말마다 산천을 누비던 시절...

"이대로만 가면 평생 걱정 없겠지"라는 확신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열흘 붉은 꽃은 없다,는 진리를...


50대 초반,

30년을 몸담은 회사를 떠나 전업 투자자의 길을 택했습니다.

하지만 그 길은 생각보다 훨씬 험하고 냉혹했습니다.


실패와 손실의 시간이 길어졌고,

오랜 시간 쌓아온 자산은 조금씩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자연스레 골프채를 내려놓게 되었고,

술자리는 멀어졌으며,

오래 함께한 벗들도 하나둘씩 떠났습니다.


“형, 나랑 라운딩 한 번 가자” 하던 그들이

내 사정이 어려워지자 조용히 사라졌을 때,

세상의 온도를 실감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생계를 위해 생전 처음 주유소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매서운 겨울 바람 속,

기름 냄새 가득한 곳에서 하루를 버티며 서 있었던 그때.

온몸이 녹초가 되어 집으로 돌아오던 날들이 이어졌고,

몸과 마음은 동시에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잠깐의 쉼이 찾아왔습니다.

그 짧은 틈 사이로 펜을 들었습니다.

처음엔 나를 다잡기 위해 썼고,

시간이 지나며 글은 나를 치유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200편 가까운 글을 쓰면서,

내 안의 파편들이 하나둘씩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평온"이라는 감정이 조용히 다가왔습니다.


그때, 나는 깨달았습니다.

나는 이제, 글을 쓰는 사람, 작가의 길을 걷고 있구나.


그리고 이 길은,

막 시작된 길입니다.

매일 쓰는 글 속에서 마주하는 회환과 갈등,

내 안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질문들.

“내가 쓴 글이 과연 누군가의 마음을 울릴 수 있을까?”

“이 길이 끝없이 험할지라도, 계속 걸어가야 할까?”

그런 물음들 속에서, 나는 점점 더 깊은 여정을 밟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 여정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가면서

내 안의 평온을 조금씩 찾아가고 있음을 느낍니다.


돌아보면,

40대의 화려함은 찬란한 봄꽃 같았고,

50대의 어둠은 긴 겨울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 겨울을 지나고 나서야

이 조용한 새벽이 얼마나 귀한 선물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나는 말할 수 있습니다.

"내 인생에서 진짜 소중했던 것들은,

결코 눈부시지 않았고,

늘 조용히 곁에 머물러 있었구나."


(작가의 말)

이 글은 화려했던 시절을 자랑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모든 것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진짜 나를 만나게 된 여정에 관한 기록입니다.

그리고 그 여정의 한가운데,

나는 이제 막 작가로서 첫 걸음을 내디뎠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힘겨운 시간을 지나고 있다면,

꼭 전하고 싶습니다.

모든 순간은 지나갑니다.

그 지나간 시간은 당신을 더욱 단단하고 깊게,

그리고 따뜻한 사람으로 만들어줄 것입니다.


저는 지금,

글을 통해 다시 살아 있음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채워가고 있습니다.

그 시작이 고통이었다 해도,

그 끝은 평온과 감사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당신께 조용히 건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햇살 한 잔, 마음속 작은 평온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