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틈, 마음이 쉬어가는 곳

고요함 속 외로움, 그리고 평온이라는 선물

by 정 영 일

[고요한 틈, 마음이 쉬어가는 곳]

― 고요함 속 외로움, 그리고 평온이라는 선물


청초호를 바라보며, 아직 열리지 않은 카페 앞에 앉아 있습니다.

문이 열리기까지 남은 시간은 약 40분.

저는 도로 옆 바위에 걸터앉아 조용히 음악을 듣고 있습니다.


음악은 멀리서 밀려오는 파도처럼 마음을 적시고,

지나가는 차 한 대 한 대에 눈길을 머뭅니다.

문득 생각합니다.

저 차들도 아마, 나처럼 어딘가 운치 있는 공간을 향해 가고 있겠지요.


무슨 글을 쓸까 고민했지만,

펜은 이미 손에 쥐어져 있고,

생각은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단어들을 데려옵니다.


영화든 책이든 결국은 ‘결말’이라는 도착점이 있듯, 우리의 인생 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변화와 굴곡이 있더라도, 결국 머무를 곳이 존재하듯 말입니다.


고개를 돌려 숲을 바라보니, 이른 아침부터 새들이 날고 있습니다.

생존을 위해, 아기 새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는 그들의 모습은,

우리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살아가기 위해 하루를 보내고,

또 누군가를 위해 애쓰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잇고 있습니다.


인생도, 사업도

길이 보이지 않을 때가 많지만,

걷다 보면 뜻밖의 인연을 만나기도 하고

어떤 만남은 상처를 남기며,

또 어떤 인연은 조용한 기쁨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시간이라는 강 위를 흘러가듯 건너고 있는 중입니다.


바쁘게 살아갈 땐

이런 평온을 미처 느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카페가 열리기 전 이 기다림마저도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고요한 호숫가에서의 40분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저 존재만으로 위로가 됩니다.


카페 문이 열리고,

6천 원짜리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받아 자리에 앉았습니다.

창밖 야외 풀장에선

엄마와 딸이 수영을 하고 있습니다.

그 평범한 풍경이, 문득 천국처럼 느껴집니다.


너무 보기 좋아 사진을 남겨두려 합니다.

그리고 문득 떠오른 제 글의 제목,

아직 출간되지 않았지만 언젠가 쓰고 싶은 에세이 제목이 생각났습니다.


“고요함 속 외로움, 그리고 평온이라는 선물”


오늘 이 순간이

그 제목과 꼭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생은 지름길이 없다고들 합니다.

돌아가더라도, 천천히 가더라도 결국 원하는 곳에 도착한다는 말처럼.


우리는 그렇게 느린 속도로,

때로는 넘어지고 돌아서며 살아갑니다.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겠지요.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당신도,

삶이라는 여정 중 잠시 바위 위에 앉아 있는 중일지도 모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 시간이 오히려 가장 깊은 치유가 되어

당신에게 돌아오길 바랍니다.


고요함은 외로움을 품고 있지만,

그 끝에는 평온이라는 선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니 오늘은,

조금 더 느리게.

마음의 숨을 고르며,

지금의 여정을 천천히 걸어가 보세요.


(작가의 말)

가끔은 멈춤이 필요합니다.

잠시 고요 속에 머물 때,

비로소 삶의 방향이 보이기 시작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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