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길을 걷는 작가의 고백
[이제 16일차, 나를 조용히 읽어주는
이들에게]
– 조용한 길을 걷는 작가의 고백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땐, 솔직히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싶었습니다.
조회수가 오르고, 공감 수가 늘어나고, 누군가 공유해주는 그 작은 움직임 하나에도 마음이 요동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 글, 혹시 잘 쓴 건가?’
‘왜 반응이 없지?’
‘읽히는 글은 따로 있는 건가?’
글을 쓸수록, 말하지 않아도 서서히 쌓이는 조급함과 불안감, 그리고 자기검열…
그건 글을 좋아해서 시작했던 초심을 조금씩 갉아먹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진심은, 결국 도착할 곳에 도착한다는 것.
그리고 언젠가부터는 더 이상 ‘많이 읽히는 글’보다,
‘오래 기억되는 글’을 쓰고 싶어졌습니다.
요즘, 매일 조용히 찾아와주는 몇몇 분들이 있습니다.
댓글을 남기진 않아도, 꾸준히 ‘읽어주는 그 마음’이 느껴지는 분들.
마치 오래된 단골처럼,
언제나 같은 자리에 조용히 앉아 제 이야기를 들어주는 분들이지요.
그분들을 저는 ‘매니아 독자’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적지만,
정말 귀한 존재들..
그분들을 위해 저는 오늘도 또 한 줄을 씁니다.
요란하지 않아도 좋고, 당장 박수 받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저 누군가에게, 하루의 끝자락에 조용히 위로가 되는 글.
그 하나면 충분하다고 믿게 되었거든요.
처음부터 수천 명이 읽는 글은 없습니다.
누구나 몇 명의 매니아 독자와의 관계에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들과의 조용한 신뢰가 쌓이면,
글은 ‘작은 바람’처럼 퍼져나가기 시작합니다.
그러니 이제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 “지금 제 글을 읽어주는 매니아 같은 당신,
저는 당신이 있어서 충분합니다.”
10명이라도 좋고, 5명이라도 괜찮습니다.
읽고, 공감하고, 한 문장에 마음을 오래 머물러 주는
그 깊은 독서의 시간을 저는 누구보다도 감사하게 여깁니다.
글을 쓴다는 건
세상을 향해 ‘나’를 열어놓는 일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두렵고, 외롭고, 때로는 쓸쓸합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마음 한 귀퉁이에
‘당신의 글이 위로가 되었어요’ 라는 작은 여운 하나로 남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글은 이미 완성되었다고 믿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조용히, 그리고 묵묵히, 제 속도의 글쓰기를 이어갈 겁니다.
적지만 진짜로 마음을 내어주는 매니아 독자 분들과 함께라면
그 길은 더 이상 외롭지 않으니까요.
오늘도 이 글을 읽어준 당신, 고맙습니다. 정말, 진심으로...
– 우풍 정영일 작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