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여행이 남긴 질문
[낙산사의 아침, 그리고 존재에 대하여]
– 고요한 여행이 남긴 질문
“메뚜기도 한철”이라는 말처럼,
잠깐의 성수기든, 반짝이는 인기든, 고요함이든
시간은 어김없이 빠르게 지나갑니다.
어제 ‘여기어때’ 앱에서 본 숙박료는
평소 3만 원 하던 곳이 무려 10만 원이 넘었죠.
하룻밤 묵기엔 부담스러워 결국 찜질방을 선택했습니다.
온탕과 냉탕을 오가며 피로를 풀고 싶었지만
사방에서 울려 퍼지는 코고는 소리에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어영부영 새벽을 맞이했고,
음악을 들으며 7시쯤 속초 중앙시장으로 향했습니다.
간단히 아침을 해결한 뒤,
버스를 타고 30분쯤 달려 낙산사에 닿았습니다.
낙산사 호텔 언덕길을 오르며 찍은 사진에는
넓은 풍경이 담겼지만, 그 속의 사람들은 너무 작아
마치 먼지 한 점처럼 화면 위에 찍혀 있었습니다.
그 작은 점들을 바라보다가, 문득 생각에 잠겼습니다.
“우주의 시선에서, 인간은 얼마나 작은 존재일까?”
수많은 별이 흐르는 은하계,
그 안의 작은 행성인 지구,
그리고 남과 북으로 나뉘어 경쟁하고 다투며 살아가는
우리 인간의 모습은 얼마나 덧없는가…
낙산사 언덕 위에서 내려다본 인간 군상은
그저 작은 점들이었습니다.
그 순간, 오래 전 한 청년이 30년 만에 고향을 찾았을 때
그 마을의 촌장이 전했다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 “후회하지 마라.”
이제 우리 나이쯤 되면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짧다는 걸 조금씩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더는 조급하게 아등바등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금은 덜 경쟁하고,
조금은 더 여유롭게 살아가는 삶.
작고 소박한 기쁨에 만족하는 법을 스스로에게 가르치고,
허락해주는 삶이 더 어울리는 시기 아닐까요.
특히 우리는
주식이라는 불확실한 바다 위를 항해하는 사람들이기에
언제 쉬어야 할지, 언제 고요히 기다려야 할지를
더 민감하게 배워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때론,
배가 부른 사자처럼
굳이 덥석 물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기다릴 줄 아는 여유.
움직이지 않아도 괜찮다는 자기 확신.
그런 마음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가장 지혜로운 위로가 아닐까요.
짧은 여행이었지만
낙산사의 아침은 제게 조용한 깨달음을 남겼습니다.
> “나는 지금, 어떤 존재로 살아가고 있는가?”
그 질문 하나만으로도,
이 여정은 충분히 의미 있었습니다.
(작가의 말)
글을 쓴다는 건, 결국 ‘나’를 다시 만나는 일이었습니다.
처음엔 아무도 몰랐습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조차도,
제가 글을 쓰고 있다는 걸 믿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하루하루 써 내려간 글이 200편을 넘어서고,
그 안에 삶과 고통, 회복과 위안이 스며들자
저 스스로도 놀랐습니다.
이제는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라,
나의 시간을 꺼내어 누군가와 조용히 공감하고 싶은 마음으로 씁니다.
글이 누군가의 하루에 작은 쉼표가 되기를 바랍니다.
빠르게 읽히지 않아도 좋습니다.
천천히 스며들고, 오래 머물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작고 따뜻한 방 한 칸에서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이런 글을 계속 쓰고 있는 나를 만나고 싶습니다.
그 꿈을 향해, 오늘도 조용히 한 줄을 더 씁니다.
– 우풍 정영일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