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회복은 돌아가는 길이 아니다

상실을 지나, 다시 삶을 품는 법에 대하여

by 정 영 일

[회복은 돌아가는 길이 아니다]

– 상실을 지나, 다시 삶을 품는 법에 대하여


기쁨과 환희는 생각보다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절망과 어둠의 긴 터널은 여전히 삶 한가운데 놓여 있고, 그 속을 지나는 나는, 아직도 무거운 숙제를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글을 씁니다.

마음을 덜어내며 조금씩 비워내니

작은 평온이 찾아오고,

그것이 바로 회복의 시작점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물끄러미 창밖을 바라보다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오릅니다.

“나는 지금, 괜찮은가?”

“이제 정말 회복된 걸까?”


하지만 곧 깨닫습니다.

‘회복’이란 단어는 우리가 기대하는 것처럼

단순하거나 선명하지 않다는 것을요.


우리는 종종 회복을

‘예전의 나로 되돌아가는 것’이라 착각합니다.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처음의 자리로 돌아가길 바라죠.


하지만 진짜 회복은

‘돌아감’이 아니라, ‘수용’입니다.

달라진 삶, 남겨진 흔적,

그리고 그 안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니체는 말했습니다.

> “당신을 죽이지 못한 고통은, 당신을 더 강하게 만든다.”


강하다는 건

아무 일도 없던 척 웃는 게 아니라,

고통을 안고도 삶을 살아내는 용기입니다.


그 용기는 말없이

하루를 묵묵히 견뎌낸 사람들만이 가진 조용한 힘이죠.


그리고, 빅터 프랭클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 “삶의 의미를 찾는 자는, 그 어떤 고통도 견딜 수 있다.”


그 말처럼, 우리가 바라는 회복은 단지 아픔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아픔에도 불구하고 다시 살아갈 이유를 찾는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다시 묻습니다.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다시 일어서고 있는가?”

“내가 다시 품고 싶은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회복은 곧,

아팠던 사람이 타인의 아픔 앞에서

조금 더 조용히, 조금 더 다정하게 서는 일입니다.


회복은 똑바로 그어진 선이 아닙니다.

물결처럼 일렁이고,

때로는 뒤로 물러나며,

아무도 모르게 깊은 내면으로 스며들기도 하죠.


그러니 오늘은

그저 잘 버티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아무것도 바꾸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고요한 마음 하나를 지켜내는 것,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회복의 방향 안에서 있는 것입니다.


(작가의 말)

이 글은,

완전해지고 싶었지만

여전히 흔들리는 한 사람의 기록입니다.


회복은 어느 날 갑자기 완성되는 게 아닙니다.

한 계절이 지나고, 또 다른 계절을 겪으며

조금씩, 천천히 단단해져 가는 과정입니다.


삶은 계속해서 상처를 남기지만,

그 상처들 사이로

우리 마음은 더 깊어지고, 더 따뜻해집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혹시 아직 ‘회복 중’이라면 조급해하지 마세요.

이미 당신은,

그 길 위를 걷고 있는 중이니까요.


햇살은 늘 약속처럼 다시 떠오릅니다.

그리고 당신도 곧,

당신만의 따뜻한 계절을 다시 맞게 될 것입니다.


– 우풍 정영일 작가 드림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낙산사의 아침, 그리고 존재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