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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녘, 꿈과 잠 사이에서

by 정 영 일

[새벽녘, 꿈과 잠 사이에서]

이상하게도 요즘은 늘 같은 시간, 새벽녘이면 어김없이 잠에서 깬다.

오늘도 여느 날처럼 눈을 떴고, 옆에 곤히 잠든 아내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저렇게 편히 자는 것도 참 복이구나.’

문득 그런 생각이 스쳤다.

한 번도 깨지 않고 밤새도록 푹 자는 것, 어쩌면 그게 ‘행복’일지도 모른다.


사람은 평생의 1/3을 잠으로 보낸다고 한다.

잠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삶의 일부이며, 우리의 정신을 지탱해주는 쉼터다.

가끔 TV에서 ‘동물의 왕국’을 보다 보면, 겨울잠을 자기 전 배불리 먹고 수개월을 깊은 잠에 드는 곰의 모습이 부러워질 때가 있다.

먹고 자고, 아무 걱정 없이 쉴 수 있다는 건 인간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호사처럼 느껴진다.


플라톤은 “우리는 깨어 있을 때보다 꿈꿀 때 더 진정한 나일 수 있다”고 했다.

현실에서 벗어난 꿈속에서야 비로소 자유롭고, 솔직하고, 가벼운 자신을 만나는 건지도 모른다.

쇼펜하우어는 잠을 “삶의 피로를 씻는 가장 오래된 약”이라 불렀다.

삶에 지친 날, 말 없이 위로해주는 건 누구의 조언도, 음악도 아닌 바로 ‘깊은 잠’이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깊은 잠을 만나기 어려워졌다.

젊은 시절엔 아무리 자도 더 자고 싶었다.

아침이 오는 게 싫었고, 눈을 뜨는 게 귀찮을 만큼 단잠이 좋았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잠은 점점 더 얕아지고, 쉽게 깨어난다.

하루에도 몇 번씩 깨고, 담배 한 대 피우러 나가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마음이 피곤하거나 잡생각이 많을 땐 더더욱 깊은 잠은 멀어지고, 가끔은 악몽으로 뒤척인다.


며칠 전 새벽, 유독 선명한 꿈을 꿨다.

너무도 생생해서 나도 모르게 일어나, 아파트 벤치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한참을 멍하니 꿈의 조각들을 떠올렸다.

이상하게도 그 꿈은 나를 무척이나 행복하게 만들었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올 만큼 따뜻하고 평온한 장면들이었다.

그 순간, ‘꿈과 잠은 어쩌면 운명을 같이하는 존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은 단순히 하루를 끝내는 행위가 아니다.

그 시간 안에서 우리의 내면은 숨 쉬고, 치유되고, 꿈은 피어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는 현실보다 더 진한 감정과 마주할 수 있다.


오늘 아침, 문득 그런 생각들을 정리하며 글을 남겨본다.

어쩌면 여러분도 한 번쯤은 새벽녘에 깨어, 이와 비슷한 감정을 느껴본 적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잠 못 이루는 밤이 때론 괴롭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 조용히 피어나는 사색과 꿈들이

우리를 조금은 더 단단하게, 더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건 아닐까…


(작가의 말)

잠과 꿈은 그저 우리가 하루를 끝내는 수단이 아닙니다.

그 안에서 우리는 자신을 마주하고, 치유하며, 때론 숨겨진 감정들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이 글은 단지 ‘잠’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우리가 깨어 있을 때, 얼마나 많은 것을 놓치고 살아가는지, 그리고 ‘멈추는 순간’에 어떤 것들을 발견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새벽녘, 꿈과 잠 사이에서 내가 느꼈던 평온과 위로처럼, 이 글이 누군가에게도 작은 안식처가 되기를 바랍니다.

불안하거나 잠 못 이루는 날들이 있다면, 그 속에서도 무언가를 발견하고 치유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주세요.

언젠가 깊은 잠과 따뜻한 꿈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그리고 그 사이에서 평온을 찾을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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