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그 여유의 온도

사랑과 여유가 머문곳, 속초

by 정 영 일

[속초, 그 여유의 온도]

역시, 속초는 나의 안방처럼 따뜻합니다.

그 익숙한 온기 속으로 아내와 함께, 또 한 번의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하조대에서 늦은 짜장면 한 그릇이 마음을 든든히 채우고,

생각보다 더 포근했던 숙소에서 맞이한 첫날밤은 우리에게 작지만 깊은 위로를 건넸습니다.


더블 침대와 넓은 거실, 호텔처럼 깔끔한 욕실을 둘러보며

아내가 미소를 지으며 말하더군요.

“당신 역시 멋진데.”


그 말 한마디에 길 위의 피로가 스르르 녹아내렸습니다.


아내가 잠시 쉬는 사이, 나는 1층 테라스에 앉아 하늘을 바라봅니다.

담배 한 모금에 눈을 감고 떠올리는 오래된 기억들.

속초 바다의 냄새와, 그 바람 속에서 나도 모르게 과거의 시간이 떠오릅니다.


무릉도원이 따로 있을까요.

소음마저 자장가처럼 들리는 이 순간, 바로 그곳입니다.


속초 시내 옆, 청초호가 내려다보이는 이곳에서 나는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여유란 무엇일까.”


사전적 의미로 여유는 공간, 물질, 시간이라는 세 가지를 한 번에 충족하는 넉넉함이라고 합니다.

지금 이 순간, 나는 그 여유의 진짜 의미를 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하늘은 구름에 가려 흐리고, 간헐적으로 빗방울이 떨어지지만

이 조용한 날씨조차 나를 감싸는 포근한 담요처럼 다가옵니다.


마음이 편해야 모든 것이 다르게 보인다고 했습니다.

오늘 나는 바로 그 ‘편안한 마음’ 위에 앉아 삶을 바라봅니다.


“삶이 나를 속일지라도, 마음속에 태양을 품어라.”

“난항의 시기엔 잠시 멈춰 뒤를 돌아보라.”


지금, 내가 있는 이 순간이야말로

과거도 아니고 미래도 아닌, 삶의 본질에 가장 가까운 ‘현재’임을 실감합니다.


세상 속 작은 숲길을 걷는 기분입니다.

속초는 그렇게 내 마음의 숲이 되어 줍니다.


붓도 없이, 종이도 없이, 그냥 나도 모르게 마음으로 글을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마치 속초의 바람과 파도, 그리고 여유로움이 나의 손끝에서 흘러나오는 것처럼.


잠시 후, 아내와 함께 낙산사 근처 그곳으로 갈 예정입니다.

처음 속초에서 함께 저녁을 먹었던, 묵은지 삼겹살과 얼큰한 된장찌개가 있던 식당으로 말이죠.


그곳은 단지 음식이 맛있는 장소가 아닌, 우리 추억의 시작점이기도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휴식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단순히 몸을 쉬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쉬게 하는 일입니다.


지구가 끊임없이 자전하며 스스로를 리셋하듯,

우리 삶도 그렇게 주기적인 ‘멈춤’을 통해 다시 앞으로 나아갑니다.


오늘은 특별한 여행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오늘이 참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아내와 함께 나눈 대화, 하늘을 바라보던 고요한 시간,

그리고 느닷없이 찾아온 사색들 덕분입니다.


여행이란 결국 어디를 가느냐보다

누구와 함께 하느냐, 그리고 그 여정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속초는 오늘도 묵묵히 바다 냄새를 풍기고,

나는 그 품에서 조용히 숨을 고릅니다.


이 글을 읽는 이도 작은 여유와 고요한 위로를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저 지금 이 순간이 좋습니다.

지금 이 감정이, 진짜 삶입니다.


(작가의 말)

바쁜 일상 속에서 우리는 종종 ‘여유’를 잊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여유란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잠시 멈춰 하늘을 바라보고, 가까운 사람과 소소한 대화를 나누는 것,

그 속에서 마음 깊은 곳의 평온을 발견하는 것이 바로 여유입니다.


이 글은 저에게 그런 순간을 기록한 작은 일기입니다.

속초라는 공간이 준 위로와 포근함, 그리고 그 안에서 마주한 나 자신과의 대화가

누군가의 마음에도 조용한 파동으로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가 일상 속에서 작은 숲길을 만나고,

그 속에서 자신만의 여유와 위로를 찾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 우풍 정영일작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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