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그릇의 위로, 비빔밥]
이른 새벽,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하루를 엽니다.
가끔은 작은 단골집에서 한 끼 식사를 대신하곤 하죠.
7,500원짜리 비빔밥 한 그릇으로
늦은 점심을 조용히 해결하는 날도 많습니다.
아내가 일을 나가고 나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져,
자연스럽게 혼자 밥을 먹는 시간이 잦아졌습니다.
사진을 찍는다면 제법 먹음직스럽게 나올 겁니다.
소박하지만 정성스러운,
정갈하고 따뜻한 마음이 놓이는 그런 한 끼입니다.
사람이 살아가며 가장 본능적으로 바라는 세 가지,
먹고, 자고, 입는 것.
그중에서도 저는 ‘먹는 것’과 ‘자는 것’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살기 위해 먹는다’와 ‘먹기 위해 산다’
그 사이 어딘가에 머무는 저지만,
요즘은 후자의 말이 더 마음에 와닿습니다.
먹는다는 건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를 넘어,
삶의 기쁨이자 하루의 보상이며,
작지만 확실한 사치니까요.
물론, 어떤 ‘마음의 결’을 가지고 먹느냐에 따라
그 의미는 달라지기도 합니다.
토요일이면 일부러 집밥을 거르고
익숙한 거리의 작은 식당들을 찾아갑니다.
가격은 대부분 8,000원을 넘지 않지만,
정겨운 인심과 따뜻한 밥 한 그릇이 기다리는 곳이죠.
얼마 전, 아내와 쉬는 날이 겹쳤습니다.
“오빠, 가장 먹고 싶은 거 말해요. 내가 사줄게.”
그 말에 망설임 없이 대답했죠.
“일산에 있는 황제 누룽지탕!”
한 그릇에 18,000원이었지만
그날은 정말 진수성찬 같았습니다.
제 마음속에선 5만 원, 아니 그 이상 값어치였죠.
하지만 이상하게도,
두 번째까지는 참 좋았지만
세 번째쯤 되니 그 감동은 조금 옅어졌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음식의 참맛을 결정짓는 건 결국,
“집밥처럼 느껴져야 한다는 것” 이라는 걸.
누군가와 함께 나누는 식사는
어떤 보약보다 깊고 따뜻한 힘을 줍니다.
혼자 먹는 밥이 익숙해진 요즘이지만,
이렇게 한 그릇의 비빔밥이 조용히 속삭입니다.
“지금 너, 괜찮아. 이 정도면 잘 살고 있어.”
그 한마디처럼,
스스로를 위로하는 조용한 기쁨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소소한 일상이지만,
‘밥’ 하나에도 생각이 머물고,
마음이 움직이는 나 자신이
어쩐지 괜찮아 보이는 오늘입니다.
맛있는 음식은 결국
입이 아니라 마음에서 나온다는 걸,
비빔밥을 먹으며 다시 한 번 느껴봅니다.
(작가의 말)
한 그릇의 밥이 위로가 되는 날이 있습니다.
누군가와 나누는 따뜻한 식사,
그리고 혼자지만 괜찮았던 그 조용한 한 끼.
오늘도 삶은 그렇게, 소박하지만 단단하게 이어집니다.
– 우풍 정영일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