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의 미소 2

무너져도, 다시 걷는 사람

by 정 영 일

[선배의 미소 ②]

― 무너져도, 다시 걷는 사람


한때는 그랬다.

선배가 잘되면, 나야 좋지, 그저 기분 좋은 마음이었다.


부러움과 존경,

그리고 어딘가 기대고 싶은 마음이 교차하던 시절..


사업이 잘 된다는 소문,

그랜저를 몰고 나타났던 서클 모임,

아내와 나에게 클래식 CD를 건네던 여유 있는 웃음까지.

모든 게 순탄하고, 빛나 보였다.


하지만 인생은

가장 반짝일 때, 가장 깊은 어둠을 준비해두곤 한다.


1998년.

IMF라는 거대한 파도가 모든 것을 삼켜버렸다.

음반회사는 자금난에 흔들렸고, 결국 부도.

그날 이후, 선배의 삶도 함께 무너졌다.


그는 조용히 말했다.

ROTC 동기이자 서클 친구에게 3천만 원을 투자받았다고..

그 돈으로 회사는 잠시 숨을 돌릴 수 있었지만,

부도 소식이 전해지자

그 친구는 단호히 등을 돌리며

돈을 돌려달라고 했단다.


“그놈을 다시 보면, 내가 성을 간다.”


선배는 그 말 한마디로

그 시절의 고통을 짧게 정리했지만,

정리되지 않는 상처는

마음에 오래 남아 있었다.


그가 짊어진 빚은,

무려 20억 원이었다.


그 무게에 짓눌려

그는 몇 번이나 한강대교를 걸었다고 했다.

바람은 차가웠고, 세상은 조용했다.


“죽어버리는 게 낫겠다.”


그 생각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살아냈다.

포기하지 않았다.


이자만 수천만 원씩 나가던 날들,

그는 하루에도 몇 개씩 알바를 뛰고,

대리운전을 하며

몸이 망가지는 줄도 모르고 달렸다고 했다.


그러나 현실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고,

날마다 자책과 후회,

그리고 외로움만이 그의 곁을 맴돌았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그는 여전히 ‘선배’였지만, 그날만큼은

한 사람의 아픔 앞에서

나도 조용히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나는 지금도 가끔,

그가 선물했던 클래식 CD를 떠올린다.


그 음악 속 여유와 웃음 뒤에 그토록 큰 무너짐이 숨어 있었다는 걸

그땐 몰랐다.


그는 쓰러졌지만, 다시 일어섰다.

그의 인생은 지금도 계속

연주되고 있다.


비록 지금은 느린 템포일지라도,

그 선율은 멈추지 않았다.


그의 삶은, 지금도 조용히

한강대교 아래를 흐르고 있다.


(작가의 말)

이 글은 단지 한 사람의 실패와 회복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 모두 한 번쯤은 무너졌고,

그 자리에 다시 일어서야 했던 사람입니다.


선배의 삶을 빌려, 오늘도 흔들리는 누군가에게

"당신도 다시 걸을 수 있습니다"라고 말해봅니다. 3편은 내일 아침 8시에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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