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의 미소 3

포기란, 나에게는 없었다

by 정 영 일

[선배의 미소 3]

– 포기란, 나에게는 없었다


사람의 얼굴은

그가 걸어온 시간을 닮는다.


2020년,

오랜만에 마주한 선배의 얼굴은 분명 예전과는 달라져 있었다.

오래 닫혀 있던 창문을 열었을 때 밀려드는 봄바람처럼,

그의 얼굴에는 환희와 안도, 그리고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단단함이 서려 있었다.


> “나, 이제야 인생이 뭔지 조금은 알 것 같아.”


그 짧은 한마디 속에는

20년의 무게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무너짐의 시작)

1998년,

IMF라는 이름 아래 모든 것이 흔들렸다.

그가 정성껏 일궈온 음반 회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3천만 원을 빌려준 친구와의 관계는 끝이 났고,

20억이라는 빚은

하루하루 그의 삶을 조금씩 갉아먹었다.


한강대교를 몇 번이나 걸었고,

“이쯤에서 놓아야 하나”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포기라는 단어가, 온몸을 감싸던 그 시절.


하지만 결국, 그는 살기로 결심했다.


> “죽기 전까지는… 살아봐야지.”

그것이 그의 대답이었다.


(다시 일어서다)

그리고 20년 후.

아버지의 부고라는 또 하나의 큰 슬픔 속에서

그는 상속받은 일부 자금으로 빚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의료기기 사업이라는 새로운 길에 발을 내디뎠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만큼 뛰었고,

잠을 줄이고, 먹는 것조차 아껴가며 매일매일을 다시 쌓아 올렸다.


한 달에 2천만 원.

그 수익은 그에게

‘희망’이라는 이름의 단어가 되어 돌아왔다.


> “다시는 무너지고 싶지 않았어.”


그 의지 하나로 버텼고,

그 끈기로 24년 동안

20억 원의 빚을 결국 모두 갚아냈다.


(웃으며 남긴 한 마디)

그날, 선배는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어보니까…

이제야 인생을 좀 알겠더라.

정말 중요한 건, 마음먹기야.

포기란… 나한테는 없었어.”


그 말을 들으며 나는

그의 지난 시간들을 하나씩 떠올렸다.


그가 내게 건넸던 클래식 CD,

술에 취해 떨리던 목소리,

비바람을 맞으며 달리던 대리운전,

그리고 마지막으로 들려준 그 한 마디.


> “버텨냈다.”


(작은 사람의 큰 이야기)

삶 앞에서 우리는 때때로

너무 작아지곤 한다.

하지만 그 작은 사람이

결국 큰 파도를 넘어설 수도 있다는 것.


선배는 그걸 보여주었다.


그의 이야기는

이제 내 안에서 조용한 울림이 되어

언제든 꺼내볼 수 있는 단단한 문장이 되었다.


> “포기란 없다.”


이 문장은

어쩌면 우리 모두의 마음에

지금 필요한 작은 불씨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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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풍 정영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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