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겨울을 덮어준 딸의 조끼

by 정 영 일

[아버지의 겨울을 덮어준 딸의 조끼]

이젠 계절이 바뀌어 아침, 저녁으로 쌀쌀하니 조만간 겨울이 옵니다. 2024년 이전 겨울, 주유소에서 근무하던 어느 아침이 문득 떠오릅니다.

그날은 영하 20도를 훌쩍 넘는 혹한이 몰아치던 날이었습니다.

뺨을 스치는 바람, 손끝을 파고드는 한기 모두 익숙한 겨울의 풍경이었지만,

그날따라 몸이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진통제를 삼키고 겨우 잠이 들었지만, 밤새 열이 내리지 않았고

결국 병원을 찾게 됐죠.

진단은 A형 독감.

면역력이 약해졌다는 의사의 말에,

양일간의 휴식을 권유받고 조용히 집으로 돌아와 몸을 눕혔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늦게 퇴근한 딸아이가 조용히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습니다.

피곤한 얼굴이었지만, 눈가에 고인 눈물을 애써 감추며 제게 다가와 말했습니다.


> “아빠, 진짜 괜찮아요?

아빠가 아프면… 나도 같이 아파요.”


짧은 그 한마디에, 왈칵 눈물이 차올랐습니다.

그래도 꾹 참고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 “괜찮아, 아빠는 금방 나을 거야.”


다음 날 저녁, 딸아이는 작은 택배 상자를 들고 집에 들어섰습니다.

그리고는 수줍은 듯 말했죠.


> “아빠, 이거 입어봐요.

전기 조끼인데, 양쪽에서 따뜻하게 열이 올라와요.

이젠 추운 날에도 덜 힘드실 거예요.”


그 조끼를 입는 순간,

몸보다 마음이 먼저 따뜻해졌습니다.


> “영하 40도라도 이거면 끄떡없겠다.”

“우리 딸, 너무 고맙다.”


며칠 후, 주유소에 복귀하며 그 조끼를 입은 저는 직원들에게 자랑을 했습니다.


> “우리 딸이 사준 거야.

자기 월급 쪼개서 아빠 걱정된다고 사왔대.”


부모란 늘 자식 걱정을 품고 살아가는 존재라지만,

우리 집은 딸아이가 먼저 아빠의 겨울을 걱정합니다.

그 마음이 말보다 더 깊이, 가슴에 스며듭니다.


문득, 고전 속 말씀이 떠오릅니다.


> “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毀傷 孝之始也.”

신체와 머리카락, 피부는 부모로부터 받은 것이니,

그것을 함부로 훼손하지 않는 것이 효도의 시작이다.


그 말처럼,

딸은 자신이 받은 사랑을 조용히, 따뜻하게 되돌려주고 있었습니다.


그 작은 조끼 안에는

몸을 덮는 온기보다 더 큰 마음의 온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한겨울의 바람보다,

그 조끼를 입는 순간 느껴지는 사랑의 온도가

훨씬 더 깊이 제 가슴을 데워주었습니다.


지금도 그 조끼를 꺼내 입을 때면 절로 흐뭇한 미소가 번집니다.


> 겨울은 여전히 춥지만,

딸의 마음은 아버지의 가장 따뜻한 난로가 되어줍니다.


(작가의 말)

이 글은 어느 날 문득 떠오른 한겨울의 기억,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작은 사랑의 실천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딸의 전기 조끼는 단순한 선물이 아니었습니다.

그건 말로 다 전할 수 없는 걱정과 정성, 그리고 자신이 받은 사랑을 되돌려주는 방식이었습니다.


우리 모두의 삶에도 그런 기억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요.

가장 추운 어느 날,

가장 따뜻했던 사람,

그 마음을 떠올려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 우풍 정영일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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