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아침, 낙산사 너머의 건물]
며칠째 비가 내린다.
장대비가 새벽 어스름을 뚫고 쉼 없이 하늘에서 쏟아진다.
아파트 단지, 우산도 없이 택배기사님이 비를 가르며 달리고,
경비 아저씨도 이리저리 단지를 둘러보기 위해 성큼성큼 비를 헤치며 걷는다.
나도 어느새, 쓰레기봉투를 들고
우산 없이 소각장으로 향하는 바쁜 걸음 속에 있다.
비를 피하지도 못할 걸 알면서도,
왠지 모르게 서두르게 되는 이 발걸음은,
어쩌면 마음속 조급함이 흘러나온 것일지도 모른다.
잠시 멈춰 선다...
쏟아지는 빗줄기를 고요히 바라보는 그 순간,
문득, 여행 중 들렀던 낙산사 너머의 그 건물이 떠오른다.
두 달 전, 늦은 점심 무렵.
가끔 한식 뷔페 2층 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중
창밖으로 보이는 8층짜리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식당 사장님께 물었다.
“저 건물, 낙산사가 훤히 내려다보이고 위치도 참 좋은데… 왜 입주가 없나요?”
사장님은 잠시 창밖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말했다.
“그 건물주는 예전에 코스닥 상장사 부사장이었어요.
돈도 많이 벌었고, 이젠 편하게 살고 싶어서
자기 돈 50억에 대출 70억을 얹어 건물을 지었죠.”
“그런데… 2년이 넘도록
입주한 곳은 1층 커피숍 하나뿐이었어요.
그마저도 얼마 전 철수했어요.”
그 뒤는… 조용히 이어졌다.
“결국 돌려막기에 지쳐,
건물주는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지금은 경매에 넘어갔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 어딘가가 싸늘하게 식었다.
빗소리만 가득한 창밖 풍경처럼 식당 안에도 조용한 침묵이 흘렀다...
그날 이후, 나는 자주 생각하게 되었다.
"경각심"이란 무엇일까?
정신을 바짝 차리고,
보이지 않는 위험 앞에서도 눈을 부릅뜨는 마음...
경계를 놓지 않는 자세..
그 건물주는 분명 이렇게 믿었을 것이다.
“이 정도 입지면, 당연히 다 들어오겠지.”
“바닷가도 보이고, 위치도 좋은데… 설마 안 되겠어?”
하지만 인생은,
때로는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깊은 늪"을 숨기고 있다.
겉보기에 견고해 보여도,
그 안은 불안정하고 위험한 땅일 수 있다.
성공만이 전부는 아니다.
어떤 이는 실패와 외로움 속에서 하루하루를 견디며 살아가고 있다.
보이지 않는 무게를 짊어진 채 말이다...
자기 확신만으로 모든 것을 내던진 그 한 사람.
끝내 돌아오지 못한 그 길목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남겨야 할까...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다.
오늘도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우산 없이,
그 빗속을 묵묵히 달리고 있을 것이다.
(작가의 말)
이 글은 우리가 살아가는 삶 속에서 종종 마주치는 조급함과, 그것이 불러일으킬 수 있는 위기감에 대한 작은 성찰입니다. 때때로 우리는 보이지 않는 위험 속에서도 자신감이나 과신에 빠져, 너무 급하게 무엇인가를 이루려 합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소홀히 지나칠 수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한 사람의 삶과 선택이 결국 어떻게 마무리되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고 싶었습니다. 이 글이 여러분에게 작은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를 바랍니다.
- 우풍 정영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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