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마음, 200년을 넘어 흐르는 눈물

by 정 영 일

[아버지의 마음, 200년을 넘어 흐르는 눈물]

3년 전, 청평에서의 3개월은 내게 깊은 전환점이었네.

몸도 마음도 지쳐 있을 때, 나는 삶의 가장 바깥으로 한 발 물러나 있었다.


배고플 땐 조용히 밥을 짓고,

마음이 헛헛할 땐 책장을 넘기며 시름을 달랬지.

지난 과오가 떠오를 땐 음악을 들으며 강변을 걷고, 언젠가 문득 흘려보낸 말 한마디가 마음을 후벼 팔 땐

그 자리에 조용히 주저앉아 하늘을 바라보았네.


그런 날들이 쌓여가던 어느 날,

책 한 권이 내 마음을 건드렸네.

“50세의 주역공부”라는 책 속,다산 정약용 선생의 유배 시절 이야기였지.


18년의 유배.

그 말만 들어도,

고립과 외로움, 견딜 수 없는 그리움이

가슴 깊이부터 밀려왔네.


하지만 그중 가장 아팠던 장면은,

멀리 떨어져 있던 막내아들이 병에 걸려 죽음을 앞두고

작은 입술로 “아버님을 보고 싶사옵니다…”라 말한 순간이었네.


그 짧은 한 문장 속에는

아버지를 기다리며 눈을 감은 아이의 그리움과,

그 자리에 함께 하지 못했던 아버지의 통곡이

고스란히 실려 있었지.


나는 그 구절을 읽으며 눈시울을 감출 수 없었네.

그 눈물은 단순한 동정이 아니었지.

그건 너무도 익숙한,

"부모의 마음"이 내 안에서도 깊게 흔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네.


다산 선생은 또, 아내를 향한 마음을 이렇게 전했다네.


> “너희 어머니가 목숨을 의탁하던 한 가닥 희망이 오직 그 아이뿐이었는데.. 비록 나의 마음도 찢어질 듯 아프지만, 나는 너희 어머니를 위해 슬퍼한다네.”


어쩌면 유배지에서 홀로 견뎌야 했던 것은

외로움 그 자체보다,

사랑하는 가족 곁에 있어줄 수 없다는 자책이었는지도 모르겠네.


이 문장을 읽으며,

나는 오히려 "지식인 정약용"보다

"남편 정약용"이,

그리고 무엇보다 ‘아버지 정약용’이 떠올랐네.


이 시대를 사는 우리도 마찬가지네.

부모의 마음은 시대를 초월하지.

200년이 지나도,

자식을 향한 사랑과

배우자를 향한 애틋한 마음은

결코 바래지 않더군.


요즘 나는 책 속 문장 하나에도 눈물이 난다네.

어쩌면 그건, 이제야 마음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는 증거인지도 모르겠네.

마음이 닫혀 있으면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으니까.


그리움, 회한, 사랑, 아픔…

그 모든 감정들이 글로 스며들어.다시 나를 꺼내주는 듯한 느낌이랄까...


다산의 편지를 읽으며,

나는 '글'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네.

그것은 단지 기록이 아니라,

시간을 넘어 마음을 전하는 통로였고,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는 우리가

같은 감정을 마주하게 만드는 마법이었네.


그 편지를 통해 나는 지금 이 순간,

내가 그리워하는 이들을 떠올리게 되었고,

내가 여전히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을 마음속에 새기게 되었지.


그리고 다시 생각하게 되었네.

"사는 것"은 결국,

그 사랑과 그리움을 어떻게 품고 살아가느냐의 문제라는 것을.


이 글이,

누군가의 오늘에

조용한 울림이 되길 바라며 그 눈물 속에서,

다시 일어설 용기를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네.


– 우풍 정영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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