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의 담배 한 모금 – 삶의 길목에서]
삶은 늘 선택의 갈림길 위에 있다.
그리고 그 선택이 우리를 닮아간다.
조용한 아침 새벽녘.
입추가 지나서일까요.
살며시 열린 베란다 창문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제법 선선하게 느껴집니다.
습관처럼 담배를 물고,
아파트의 흡연 공간 한켠에 조용히 서봅니다.
늘 서던 자리, 익숙한 풍경.
그러나 오늘은 문득, 맞은편 흡연 구역에 앉아 있는 한 사람이 눈에 들어옵니다.
지긋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쭈그린 채 담배를 피우는 사람.
그는 1년 전쯤, 저보다 한 살 아래라고 자신을 소개했던 이였습니다.
직업은 인쇄업체 직장인.
그리고,
스포츠 토토를 10년 넘게 해왔다는 말도 그때 들었습니다.
그와 마지막으로 나눈 짧은 대화 속에는
이런 말이 있었습니다.
> “호기심으로 시작했는데… 이젠 습관이 됐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그냥, 일상입니다.”
그 말이 유독 마음에 오래 남았습니다.
무엇보다 그 ‘습관’이라는 단어 뒤에는
스스로도 지우지 못하는 무기력함이 깃들어 있었으니까요.
저도 한때 강원랜드를 드나들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땐 ‘운’이라는 이름을 빌려
스스로를 도박이라는 수렁 속으로 끌고 가던 시기였습니다.
결국, 도박은 도파민과의 싸움이라는 걸
한참이 지나서야 깨달았습니다.
그 유혹은 단순한 충동이 아닌,
깊은 중독이자 생존 본능처럼 작용하는
내면의 거센 파도였습니다.
요즘 다시 마주치는 그의 얼굴엔
핏기가 없습니다.
매번 고개를 푹 숙이고 스마트폰과 씨름하는 모습
기대일까요, 체념일까요.
어딘가 모르게 아프고, 지쳐 보입니다.
그리고 문득,
저와 그 사람 사이의 ‘달라진 시간’이 보입니다.
지금의 저는
도박 대신 사색을 택했고,
강박 대신 글쓰기를 선택했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더 고요해졌고,
삶을 이해하는 방식도 달라졌습니다.
같은 공간,
다른 풍경.
흔히들 말하지요.
>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나온 학생의 얼굴과,
하루 종일 놀다 나온 학생의 얼굴은 다르다.”
지금의 우리도
그 말처럼
조금은 다른 길을 걷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도박은 끝이 없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그 끝은 좌절입니다.
저는 다행히 그 유혹에서 돌아섰고,
그 뒤로는 글을 통해 세상과 나를 다시 만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이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분명해지겠지요.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자신의 길을 정한 것만으로도
저는 이미 충분히 ‘잘 살고 있다’는 위로를
스스로에게 건넵니다.
(작가의 말)
우리는 모두 유혹 앞에 놓입니다.
어떤 이는 잠시 멈추고 돌아서며,
또 어떤 이는 그 길을 계속 걷습니다.
이 글은 누군가를 평가하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만 같은 시간과 공간 속에서
서로 다른 방향을 택한 두 사람의 모습을 통해,
> “내 삶을 바라보는 방식”
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고 싶었습니다.
도박이 아닌 사색,
중독이 아닌 창작,
무너짐이 아닌 회복을 선택한 지금,
제가 쓰는 이 문장 하나가
누군가에게 조용한 울림으로 닿기를 바라며,
이 이야기를 남깁니다.
- 우풍 정영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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