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내에게]
여보,
요즘 들어 자주 지난 시간을 돌아보게 돼.
괜히 마음이 조용해지는 날이면
우리가 걸어온 길이 하나둘 떠오르더라.
얼마 전 "이혼 숙려 캠프"라는 프로그램을 보다가
문득 우리의 지난날이 겹쳐 보였어.
화면 속 부부들처럼
우리도 늘 순탄하기만 했던 건 아니었겠지.
무심했던 날들,
사랑하면서도 말하지 못했던 마음들,
지금에서야 또렷이 보이는
내 부족한 모습들이
마음 한편에 오래된 미안함으로 남아 있더라.
물론 나만 그런 건 아니었겠지.
당신 마음에도 섭섭함은
늘 조용히 쌓여 있었을 거야.
그런데 여보,
당신이 어느 날 내게 했던 말, 기억해.
“나도 당신에게 늘 미안한 게 있어.”
그 한마디에
내 마음이 참 오래 머물렀어.
그때 알았어.
부부란 서로 완벽해서 함께하는 게 아니라
서로에게 미안해할 줄 알아서
끝까지 함께하는 사이라는 걸…
연애 기간까지 합치면
우리가 함께한 시간이 벌써 36년이더라.
참 길고도, 또 참 짧은 시간이었지.
그 세월 동안
당신은 늘 말없이 내 곁을 지켜줬고
나는 그게 얼마나 큰 사랑이었는지
참 많이 늦게서야 깨닫고 있어.
아직도 생생해.
10년 전, 당신이 웃으며 말했지.
“난 다시 태어나도 당신에게 시집갈 거야.”
그 말은
지금도 내가 흔들릴 때마다
나를 붙잡아 주는 한 문장이야.
여보,
이제는 분명히 알겠어.
당신은 내 아내이기 전에
내 인생에서 가장 좋은 친구이고,
힘들 때 아무 말 없이 기댈 수 있는
삶의 동반자라는 걸…
요즘 내가 일을 더 열심히 하는 이유도
사실은 하나야, 당신에게
조금이라도 더 편안한 내일을
선물해 주고 싶어서야.
그럴 때마다 당신이 보내주는
“울 남편 홧팅”
그 짧은 한 줄이
하루를 다시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더라.
어느 철학자가 그랬대.
결혼이란
서로를 소유하는 게 아니라
서로의 인생을 끝까지 이해해 보겠다는
아주 조용한 약속이라고.
이제야…
그 말이 마음으로 와 닿아.
여보,
당신을 만나
이렇게 긴 시간을 함께 걸어온 이 여정이
내겐 늘 고맙고, 또 고마운 행복이었어.
그리고 지금도, 앞으로도
당신과 함께라면
나는 충분히 잘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
말로는 다 전하지 못했지만
오늘은 이 말만은 꼭 남기고 싶어.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해.
그리고… 늘 고마워.
사랑하는 당신의 남편이..
- 우풍 정영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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